1964년부터 태백에서 닭을 키우며 아들 4명을 황지고에서 공부시킨 임우섭(林雨燮·71)씨가 기탁자라는 사실은 학교측이 비공개로 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알려지게 됐다.
임씨는 “91년 군에서 훈련을 받다가 숨진 막내아들이 자꾸 생각나 아침운동 삼아 학교 운동장에 가보곤 하다가 아들들이 공부한 학교에 돈을 맡겨도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장학금 기탁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젊은이는 꿈을 가져야 한다”며 “가난해도 ‘하면 된다’는 신념을 심어주기 위해 학교에 돈을 남기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첩보부대에서 근무했던 임씨는 64년 제대한 뒤 초가삼간에서 장모를 포함한 일곱 식구와 함께 어려운 태백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 닭 250마리로 시작한 농촌생활은 83년 닭이 1만2000마리까지 불어나며 생활 기반이 됐다.
그는 71회 생일날인 지난해 12월 8일 은행에 묻어뒀던 1억원을 찾아 셋째아들 병무(炳戊)씨 부부와 함께 황지고에 찾아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해주되 드러나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임씨는 91년 숨진 막내아들 병선(炳善)씨의 순직 보상금 530만원도 아들이 눈에 밟혀 쓰지 못하고 간직해오다 3년 후인 94년 전액을 태백시 향토장학금으로 내놓았다.
5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는 임씨는 세 아들을 모두 훌륭히 키워 첫째는 사업을 하고, 둘째는 학원강사, 셋째는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다.
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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