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CNN이 아침 뉴스쇼 ‘아메리칸 모닝’의 진행자인 폴라 잔을 홍보하면서 그의 섹스 어필한 측면을 부각시켰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CNN은 지난 주말 “시청자 여러분은 도발적이고, 매우 지적이며, 조금 섹시하기까지 한 앵커를 어디서 찾을 수 있습니까”라며 잔씨를 홍보하는 방송을 10여 차례 내보냈다.
잔씨를 치켜세우는 멘트가 나가는 동안 화면엔 그녀의 입술이 클로즈업됐고 ‘도발적(provocative)’ ‘섹시(sexy)’ 등의 단어들이 떴다. 배경음도 흘러 나왔는데 그 소리가 마치 지퍼를 내릴 때 나는 소리처럼 들렸다.
반응은 요란하고 격렬했다. 지난해 9월 잔씨를 CNN에 빼앗긴 경쟁사 폭스 뉴스의 앵커 브리트 흄은 8일 “여성 언론인에게 섹시하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짐짓 개탄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폭스의 대표 앵커인 빌 오라일리는 9일 여성 유명인사들을 불러 긴급 토론회를 갖고 “CNN의 행동은 조롱거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뉴욕타임스의 여성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도 9일 칼럼에서 “CNN은 엄청난 실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CNN은 문제의 홍보광고 방영을 서둘러 중단했다. 최고경영자인 월터 아이색슨은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홍보 파트에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TV 뉴스가 할리우드의 연예물과 비슷해진 상황에서 여성 앵커의 성적 매력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인 언론인들도 없지는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 5명의 유명 남녀 TV 앵커에게 ‘섹시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어본 결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싫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잔씨는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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