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배우 찰리 신(37)이 TV 드라마 ‘스핀 시티’ 출연으로 최우수 코미디 배우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아버지 마틴 신은 옆사람에게 나지막하게 이렇게 말했다.
이날의 골든글로브상 수상은 오랫동안 마약과 알코올 과다 복용으로 스스로 삶을 구렁텅이로 몰고 갔던 찰리 신 자신을 구원했을 뿐만 아니라 아들의 문제가 자신에게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 마틴 신을 죄의식으로부터 구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전했다.
젊었을 때 알코올중독에 빠져 재활치료를 받았던 마틴 신은 혹시나 자식들이 자신의 방탕한 생활에 물들까봐 자식들을 멀리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내아들인 찰리 신은 11세 때 마약에 손대기 시작했고, 영화 ‘플래툰’ ‘월스트리트’ 등으로 20대 초반에 벌써 스타가 된 뒤에도 마약을 끊지 못했다. 거의 매일 0.5ℓ가량의 보드카를 마셨고 성생활도 문란했다.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5000명의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의 삶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아버지 마틴 신은 아들 찰리가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문제아가 됐다며 괴로워했다. 또 어릴 때 찢어지게 가난했던 그가 아들에게만큼은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게 해 준 것이 오히려 아이를 망치게 만들었다고 믿었다.
마틴 신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언론을 이용했다. 연예인 보도에 열을 올리는 언론에 아들의 문제를 자주 거론해 아들의 문제를 공론화한 것. 98년 애인 폭행으로 경찰의 보호감찰 아래 있던 찰리 신이 다시 마약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강제로 재활원에 가게 된 것도 마틴 신이 이 사실을 언론에 알렸기 때문이었다.
마틴 신은 98년 드림워크사의 TV 간판 프로인 ‘스핀 시티’가 주인공 마이클 J 폭스의 도중 하차로 방영 중단 위기에 몰렸을 때 아들 찰리 신을 영입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왔고, 찰리 신은 골든글로브상 수상을 통해 아버지의 은혜를 갚았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