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박병섭씨…매월 장애인에 자장면 대접

  • 입력 2002년 2월 8일 17시 58분


전남 무안군 삼향면 장애인복지시설 ‘애중원’ 사람들에게 매월 마지막 일요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 맛난 자장면을 마음껏 먹을 수 있기 때문.

이날 이들에게 자장면을 제공하는 사람은 중국집 현반점(전남 목포시 석현동) 박병섭(朴炳燮·50) 사장. 그는 장애인들에게 ‘자장면 천사’로 불린다. 그는 벌써 2년째 매월 한차례씩 100여명의 애중원 원생들을 초대해 손수 만든 자장면을 대접하고 있다.

이들이 현반점을 찾는 날이면 다른 손님을 받지 않는다. 솜씨 좋은 주방장이 있어도 이날 만큼은 박 사장이 직접 면을 뽑고 자장을 볶는다. 재료를 준비해 애중원으로 찾아가 대접할 수도 있지만 자장면 못지않게 바깥 나들이를 좋아하는 원생들을 위해 일부러 오게 한 것이다.

평범한 농사꾼의 8남매 중 넷째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생활비를 벌어야 할 만큼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낸 그에게 자장면은 늘 ‘선망의 음식’이었다. 불과 열세살의 나이에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간 그는 중국집 배달원으로 취직했다. 자장면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는 이후 주방 한쪽에서 새우잠을 자고 하루 열네시간의 중노동을 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고향으로 돌아가 번듯한 중국집을 내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10여년의 고생 끝에 1977년 목포 시내에 평생의 소원이던 중국집을 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불과 2년 만에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고 그는 이후 시청료 징수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87년 지금의 중국집을 내고 가까스로 재기했다. “처음 서울에 와 고생할 때나 사업에 실패했을 때는 작은 위로의 말 한마디도 그렇게 큰 도움이 될 수가 없었어요. 그 때 어려운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는 인생을 살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는 이후 적십자 봉사단으로 활동하면서 정기적으로 헌혈에 동참하는 것은 물론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한 달에 10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작은 일에도 너무나 기뻐하고 얼굴이 밝아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오히려 더 힘을 얻습니다.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지요. 남을 돕겠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걸요.”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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