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강북구 번동의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 뽀얀 김이 가득 서린 지하 1층 목욕탕에서 장애인들의 목욕을 돕는 4명의 남자는 비지땀을 흘렸다.
서울 도봉소방서의 구급대원인 이명호(李明鎬·39), 김만선(金萬善·38), 서영수(徐寧洙·34), 박상진(朴相鎭·32)씨. 이들 4명은 수년간 장애인 목욕봉사로 훈훈한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한 차례씩 비번인 날을 골라 목욕탕으로 달려간다. 30∼40여명의 장애인을 모두 목욕시키면 3, 4시간을 넘기기 일쑤.
“몸은 고되지만 ‘고맙다’며 두 손을 꼭 잡을 때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정말 필요한 도움을 드렸다는 뿌듯함도 느끼고요.”
대원들은 4년 전 처음 목욕봉사에 나선 때를 잊지 못한다. 장애인들의 몸을 닦으면서 이들의 마음 속에 높게 자리잡은 ‘벽’을 절감했던 것. 대원들은 장애인들의 몸을 씻으면서 안부를 묻고 가슴속에 묻어뒀던 아픈 사연에 귀를 기울였다. 대원들의 진심 어린 태도에 장애인들의 낯선 눈길도 차츰 따뜻한 관심으로 변해갔다.
이젠 많은 장애인이 대원들을 만날 날짜를 손꼽아 기다릴 정도. 대원 박씨는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된 70대의 한 할아버지는 항상 나만 기다리시는 ‘단골’”이라며 미소지었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팔이 불구인 한 지체 장애인이 목욕을 마친 뒤 대원들에게 일일이 자판기 커피를 뽑아주며 감사를 표해 대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했다.
대원 이씨는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복지관 목욕탕을 찾았다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군대에서 절친했던 상급자 한 분이 제대 후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돼 목욕탕을 찾았던 것이었어요. 그 분의 앙상한 몸을 닦으면서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이씨는 “사고 등으로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장애인을 홀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원들은 갈수록 목욕봉사를 통해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다며 작은 바람을 덧붙였다. “이런 ‘행복한 목욕탕’이 좀 더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웃사랑은 결코 거창하거나 금전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고요.”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