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의 안재형-자오즈민에 이어 한국과 중국의 체조 국가대표출신 스포츠커플이 탄생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1990년대 중반 여자체조 국가대표선수를 지낸 허소영(許消英·25)씨와 94년 세계체조선수권 평행봉 금메달리스트인 전 중국체조의 간판스타 황리핑(黃力平·30).
두 사람은 5월4일 서울에서 백년가약을 맺기로 해 양국 스포츠계가 경사를 맞게 됐다.
이들이 첫 인연을 맺은 것은 93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체조선수권대회. 이 대회에 참가한 당시 21세의 황씨가 16세 여고생이었던 허씨를 보고 한눈에 반했고 이후 황씨가 평소 친분이 있던 전 한국 남자체조대표팀의 이주형, 한윤수 선수 등을 통해 허씨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황씨는 이후 국제대회에서 허씨를 만날 때마다 선물공세를 펼치며 환심을 사기 위해 애썼지만 당시 고교생인데다 외국인과의 교제가 부담스러웠던 허씨가 관심을 보이지 않아 별다른 진전이 이뤄지진 않았다.
96년 황씨의 선수생활 은퇴로 중단됐던 이들의 만남이 다시 이어진 것은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한 뒤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던 허씨가 지난해 3월 심판시험을 보기 위해 광둥성을 방문했다가 황씨와 연락이 닿았고 허씨가 황씨가 사는 광둥성 중산대학으로 학교를 옮기면서 열애가 시작됐다. 결국 지난해 말 황씨의 정식 프로포즈를 받았고 올해 설날 한국에서 부모님 승낙까지 받아 93년 첫 만남 이후 9년 만에 사랑의 결실이 이뤄진 것.
허씨의 어머니 이정희(李貞熙·53)씨는 “외국인이라고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설날 때 왔는데 이제 내 식구라 생각하니 예뻐보이더라”며 중국인 예비사위에 대해 만족해했다. 황씨는 현재 국제심판 겸 광둥성 포산의 리닝체조학교 수석코치를 맡고 있다.
허씨는 “문화차이도 있고 말도 잘 안 통할 때가 있긴 하지만 서로 아끼고 이해해 주면서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중국으로 가 신혼살림을 차릴 이들 커플은 내년 초 중국에서 한차례 더 결혼식을 치를 계획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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