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 외로웠을텐데 왜 결혼도 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늘 이렇게 대답하는 귀화 한국인 민병갈(閔丙渴·미국명 칼 밀러·81)씨. ‘천리포수목원’ 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평생 ‘아내’(나무)를 끔찍이 사랑한 공로로 산림청의 추천을 받아 11일 청와대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는다.
민씨는 1945년 미국 해군장교(중위)로 한국에 와 6·25 전쟁 전에는 미 군정청 사법부와 원조협조처 유엔군사원조국, 종전 후에는 한국은행 등에서 근무하다 79년 귀화했다.
그는 식물을 자원으로 인식하지 못하던 시절 “미래에는 식물 자원의 보유량이 국부(國富)의 척도가 될 것”이라며 국내 식물 보존에 나선 인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62년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향리 18만평 부지에 천리포수목원을 조성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식물(7200여종)이 자라는 식물자원의 보고(寶庫)로 만들었다.
또 세계 36개 국가에서 3800여종의 식물 종자를 도입해 국립수목원 등 국내 기관과 개인에 보급하고 호랑가시나무 등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 국제학회에 등록했으며 식물과 관련한 국제 학술대회를 유치해 우리 식물자원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해 왔다.
하지만 민 원장은 지난해 1월 암 선고를 받아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수목원 측은 매년 2억원 가까운 돈을 운영비로 내놓던 민 원장의 건강이 악화됨에 따라 현재 회원 배가 운동을 벌이는 등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5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지만 이른바 ‘큰 손’ 회원이 없어 민 원장의 도움이 아니면 매년 4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감당할 재간이 없기 때문. 천리포수목원 이규현(李揆賢) 관리부장은 “원장님이 건강이 부쩍 좋지 않으면서 지난해부터 숙식과 급여 40만원씩을 제공하며 학생 10명을 식물전문가로 양성시키고 있는 공익사업 등이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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