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씨네피플]제프리 카젠버그 ˝내영화­ 디즈니와 달라…˝

  • 입력 2002년 5월 15일 18시 34분


애니메이션 ‘슈렉’을 만든 꿈의 공장 드림웍스SKG에는 3명의 공장장이 있다. ‘SKG’의 S는 영화 천재 스티븐 스필버그, K는 애니메이션 제작의 일인자 제프리 카젠버그(사진). 나머지 G는 음반 제작의 황제 데이비드 게펜이다.

이들 중 카젠버그는 15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핫도그를 먹을 시간과 장소를 미리 정할 만큼 치밀하다. 일요일에도 출근하고 툭하면 회의를 열며 아침 6시부터 일하는 게 습관인 일 중독자. 비서도 한명으론 부족해 3명이 3교대로 일한다.

그는 지난해 ‘대박’을 터뜨렸던 애니메이션 ‘슈렉’의 다음 작품인 ‘스피릿’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국내 개봉은 7월 5일) ‘스피릿’은 미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야생마의 모험을 그렸다.

-주인공으로 말을 선택한 까닭은….

“말은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 중 하나다. 아름답고 귀족적이며 우아함을 갖춘 창조물이다. 참고로 삼은 것은 ‘다이하드Ⅰ’이다. 브루스 윌리스가 보여주는 꺾이지 않는 용기, 절망 속에서 유머를 잃지 않는 낙천성이 ‘스피릿’의 캐릭터다.”

-말(馬)이 말(言)을 하지 않는다. 왜인가.

“미스터 애드를 아는가. 미국에서 유명한 말(言)하는 말(馬)로 나오는 캐릭터다. 말(馬)이 말(言)하는 순간부터 그것은 코미디다. ‘슈렉’에서는 유머에 치중했으나 ‘스피릿’에서는 불굴의 정신을 담고 싶었다.”

-‘스피릿’은 컴퓨터 애니메이션(3D)뿐만 아니라 수작업에 의존한 고전적 애니메이션(2D)이 함께 사용됐다. 2D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전통은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은 특별하다. 마치 e메일이 편지의 온기를 대신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미래의 애니메이션은 2D와 3D의 혼혈이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을 트래디지털(Traditional+Digital)이라고 명명했다.”

카젠버그는 1974년 뉴욕대를 중퇴했다. 그는 파라마운트사 우편발송부의 아르바이트사원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7년 만에 제작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 84년 34세의 나이에 월트디즈니의 스튜디오 사장으로 스카우트됐다. 그러나 그의 ‘불패 인생’에 디즈니는 유일한 좌절의 경험을 안겨준다. 그는 업계 최하위권이었던 디즈니를 10년 만에 연 45억달러를 버는 ‘황금알 거위’로 변신시켰으나 아이스너 회장과의 불화로 물러났다.

-디즈니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디즈니는 어린이 영화에 철저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나의 철학은 정반대다. 어른이 타깃이다. ‘스피릿’의 등장 인물에서 선악의 이분법적 구분이 어렵다. 인생이 애매모호한 것처럼.”

로스앤젤레스〓김응수기자 e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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