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중 카젠버그는 15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핫도그를 먹을 시간과 장소를 미리 정할 만큼 치밀하다. 일요일에도 출근하고 툭하면 회의를 열며 아침 6시부터 일하는 게 습관인 일 중독자. 비서도 한명으론 부족해 3명이 3교대로 일한다.
그는 지난해 ‘대박’을 터뜨렸던 애니메이션 ‘슈렉’의 다음 작품인 ‘스피릿’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국내 개봉은 7월 5일) ‘스피릿’은 미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야생마의 모험을 그렸다.
-주인공으로 말을 선택한 까닭은….
“말은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 중 하나다. 아름답고 귀족적이며 우아함을 갖춘 창조물이다. 참고로 삼은 것은 ‘다이하드Ⅰ’이다. 브루스 윌리스가 보여주는 꺾이지 않는 용기, 절망 속에서 유머를 잃지 않는 낙천성이 ‘스피릿’의 캐릭터다.”
-말(馬)이 말(言)을 하지 않는다. 왜인가.
“미스터 애드를 아는가. 미국에서 유명한 말(言)하는 말(馬)로 나오는 캐릭터다. 말(馬)이 말(言)하는 순간부터 그것은 코미디다. ‘슈렉’에서는 유머에 치중했으나 ‘스피릿’에서는 불굴의 정신을 담고 싶었다.”
-‘스피릿’은 컴퓨터 애니메이션(3D)뿐만 아니라 수작업에 의존한 고전적 애니메이션(2D)이 함께 사용됐다. 2D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전통은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은 특별하다. 마치 e메일이 편지의 온기를 대신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미래의 애니메이션은 2D와 3D의 혼혈이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을 트래디지털(Traditional+Digital)이라고 명명했다.”
카젠버그는 1974년 뉴욕대를 중퇴했다. 그는 파라마운트사 우편발송부의 아르바이트사원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7년 만에 제작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 84년 34세의 나이에 월트디즈니의 스튜디오 사장으로 스카우트됐다. 그러나 그의 ‘불패 인생’에 디즈니는 유일한 좌절의 경험을 안겨준다. 그는 업계 최하위권이었던 디즈니를 10년 만에 연 45억달러를 버는 ‘황금알 거위’로 변신시켰으나 아이스너 회장과의 불화로 물러났다.
-디즈니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디즈니는 어린이 영화에 철저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나의 철학은 정반대다. 어른이 타깃이다. ‘스피릿’의 등장 인물에서 선악의 이분법적 구분이 어렵다. 인생이 애매모호한 것처럼.”
로스앤젤레스〓김응수기자 e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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