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빈곤 해결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과 아프리카 순회여행에 나섰던 록 가수 보노(록밴드 U2 리드싱어)에 대해 뉴욕타임스 등 언론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보노는 이번 방문에서 오닐 장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원 약속은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의회로비와 정책대안 제시 등 전문성을 갖춘 대중운동가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에도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섰던 유명 인사들은 많았지만 보노는 단순한 ‘얼굴 비추기’식의 문제 제기에서 더 나아가 의회 로비와 정책 대안 제시 등 전문성을 갖춘 대중 운동가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것.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 최신호(10일자)에 따르면 보노는 85년 대중음악가 밥 겔도프가 주최한 기아 퇴치 콘서트에 참여하면서 빈곤 문제에 눈을 떴다. 그는 부인과 함께 에티오피아 보육원에서 6주 동안 일하면서 빈곤 해결이 얼마나 절박하고 시급한 문제인지를 실감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축제 2000’으로 불리는 빈곤국 부채 탕감 운동을 이끌고 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의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제 부채 탕감 운동은 제3세계 개발을 위한 매우 효과적인 접근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보노는 지난달 세계 금융계의 ‘큰 손’ 조지 소로스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자금을 끌어들여 DATA(아프리카를 위한 금융지원, 원조, 무역)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공화당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이나 팻 로버트슨 목사와 같은 보수층을 비롯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자유주의 진영에서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
보노와 같은 유명 인사들의 사회 참여는 새로운 일은 아니다. 미국내 시민운동이 불붙었던 60년대 이후 명사들은 각종 사회참여운동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했다. 여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여성 유권자 운동에 앞장섰으며 비틀스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는 지뢰제거운동을,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는 달라이 라마 옹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음악평론가 앤 파워스는 4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보노는 빈곤퇴치운동의 성과 이상으로 대중 스타의 사회적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롭게 일깨워줬다”고 평가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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