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월드컵 통역자원봉사자 80세 이치업옹

  • 입력 2002년 6월 23일 18시 48분


육군 장성 출신인 80대 노인이 젊은이 못지 않은 체력과 영어 실력으로 인천공항에서 월드컵 자원봉사자로 외국인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월드컵한국조직위원회(KOWOC) 공항영접팀에서 영어와 일본어 부문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예비역 준장 이치업(李致業·80·서울 용산구 용문동) 옹은 5일부터 외국인 손님이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탑승교에서 내린 뒤 입국수속을 밟고 짐을 찾아 떠날 때까지 함께 다니면서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 옹은 광복 후 미군정 시절 미군들과 함께 생활하며 배운 영어 실력이 수준급인데다 서울올림픽때 외국의 국왕, 대통령, 총리 등을 영접한 경험이 있어 영어권의 1급 귀빈 영접을 주로 맡고 있다.

그는 그동안 미국 등의 축구선수단과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온 수백명의 귀빈들에게 ‘친절한 한국’의 인상을 심어주었다고 자부한다.

“외국인 손님이 비행기에서 내리면 우선 환한 미소를 짓고 밝고 큰 목소리로 ‘Wecome to korea!’를 외칩니다. 다음은 재미있는 농담을 던져 상대방을 즐겁고 편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 옹이 하루에 움직이는 거리는 12∼15㎞ 정도.

20, 30대 자원봉사자들도 지치는 거리지만 이 옹은 영접 일정이 없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공항을 돌아다니며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을 찾는다는 것.

“술 담배를 한번도 하지 않고 수십년 동안 군에서 갈고 닦은 체력 덕택인지 아무리 돌아다녀도 지치지 않는 편입니다.”

군번 34번으로 우리나라 창군 멤버인 이 옹은 6·25전쟁 당시 경북 포항 부근 낙동강 전선에서 연대장으로 참가했으며 휴전협정 후 준장으로 예편했다.

그는 전쟁 중인 1951년 미국 보병학교(FORT)에서 6개월 동안 수송 분야에 대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국군의 수송 병과를 만들기도 했다. 이 옹은 2남3녀인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현재 부인(76)과 단둘이 살고 있다고 밝혔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