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자르코프-유샤코프씨 “42일 사투끝 ‘장애’ 정복”

  • 입력 2002년 7월 7일 18시 02분


사고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러시아인 2명이 북미대륙의 최고봉인 매킨리봉을 정복했다.

러시아 자치공화국 바슈키르의 쿠메르타우 출신의 구두수선공 그리고리 자르코프(45)와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쿠르스트 출신 이고르 유샤코프(24·얼굴사진)는 42일간의 사투 끝에 지난달 15일 오후 4시40분 해발 6096m의 정상에 올랐다.

시각 장애인이나 아예 두 다리나 두 손이 없는 사람이 매킨리봉에 오른 적은 있지만 두 다리가 마비된 사람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리 자르코프(왼쪽)가 등반 도중 다른 대원들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 탤키트너AP연합

이들은 고정된 로프를 이용, 50∼55도의 경사가 진 웨스트버트레스 루트의 가장 가파른 구간에서 자신들의 몸을 끌어 올렸으며 평평한 구간에서는 스키용 지팡이를 이용, 티타늄으로 만든 썰매를 타고 전진했다.

이들은 해발 4650m 지점과 6000m 지점에서는 눈으로 만든 동굴과 이글루 속에서 잠을 잤다.

자르코프씨는 “썰매가 수 차례 전복돼 산밑으로 추락할 뻔했지만 안전용 로프 덕분에 큰 사고는 피할 수 있었다”며 “정상에 도달했을 때 ‘억누를 수 없는 어떤 감정’에 사로잡혔으며 그것은 아마도 엄청난 피로감이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샤코프씨는 “장애인들도 높고 험준한 산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르코프씨는 1986년 한 케이블 제조공장에서 일하다 12m 아래로 떨어져 두 다리를 못쓰게 됐고 유샤코프씨는 1996년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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