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씨 가족은 87년부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밀림에 사는 소수 민족의 자녀 중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매년 1명씩 데려와 치료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오씨 가족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한 어린이는 12명으로 치료비만 1억원이 넘는다.
올해도 오씨 가족은 이달 초 말레이시아 밀림의 소수 민족인 크라빗족의 페르디난(2)을 데려와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에서 수술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페르디난군은 선천적으로 입이 기형인 상태. 오씨 가족은 아이들의 증세에 따라 서울 대구 경기 등지의 유명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게 한다.
“87년 농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필리핀에 갔다가 소수 민족들의 비참한 생활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몸이 아픈 아이가 많았는데 수술을 받으면 얼마든지 건강해질 수 있는데도 그냥 살고 있더군요.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었습니다.”
62년부터 고향인 상주에서 4000평의 벼농사를 짓고 있는 오씨 부부가 벼를 팔아 얻는 수입은 1년에 1200만원 정도. 농사일이 거의 끝나면 오씨 부부는 동남아 밀림지대로 가 주민들에게 유기농법을 가르치고 치료가 필요한 아이 1명을 데려온다.
얼굴 성형이나 신장병 등의 경우 수술비와 항공료 등을 합치면 한번에 들어가는 돈은 대략 1000만원. 99년에는 심장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던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11세 소녀를 데려와 경기 부천시의 세종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했다. 병원 측은 오씨 가족의 정성에 감동해 수술비 5500만원 가운데 3000만원을 깎아 주기도 했다.
“지난해 현지에 갔을 때 그 아이가 아주 건강해진 것을 보고 정말 기뻤습니다.”
오씨 부부의 선행도 딸과 사위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오씨 부부가 치료해야 할 아이를 데려오면 딸 다섯 명과 사위들이 앞다퉈 100만원씩을 내놓곤 했다.
큰딸 선진(羨眞·39·경북 안동시 길주중 교사)씨는 “몇 해 전 부모님을 따라 보르네오섬에 가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며 “먼 나라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돌보는 부모님이 너무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오씨는 “치료를 받은 뒤 밝은 표정으로 고향에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기쁘다”며 “별것 아니지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날까지 한 명이라도 더 치료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상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