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 ‘호적조사’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토종 천문학자. 연세대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의 윤석진(尹錫e·31) 연구원이 미국의 과학권위지 ‘사이언스’ 26일자에 실린 논문으로 세계 천문학계를 두 번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 첫째는 1939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오스터호프가 구상성단(球狀星團)을 관측하다 발견한 ‘오스터호프 이분현상’의 원인을 규명한 것이다.
별은 크게 수소와 헬륨 그리고 이 둘을 제외한 다른 모든 원소인 중(重)원소로 이뤄진다. 나이가 많은 별일수록 중원소가 적다. 구상성단의 별들은 우리 은하계의 별들 중 이 중원소가 가장 적고 그래서 가장 나이가 많다.
“어떤 마을의 역사를 알고 싶으면 제일 먼저 노인정을 찾아가는 것처럼 천문학자들은 구상성단에 은하의 기원을 물어보는거죠.”
우리 은하계 노인정에는 500명가량의 노인이 있고 이 중 대화가 가능한(관측 가능한) 노인은 150명 정도다. 이들의 나이는 대략 120억년으로 추정돼 왔다. 이들의 맥박(별빛의 세기 변화)이 두 그룹으로 나뉜다는 것이 ‘오스터호프 이분현상’이다.
왜 그럴까? 윤 연구원은 이들 두 그룹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다고 알려진 노인 7명을 선정해 연구를 하다가 그들이 우리 은하계 출신이 아니고 다른 은하계에서 편입됐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또 7개 구상성단의 은하계 내 위치를 이리저리 연결해 보다 그들이 은하계를 횡단하는 하나의 평면상에 놓였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평면을 연결해보다 우리 은하 주변을 돌고 있는 위성은하(대마젤란은하)가 흘려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천문학계에 두 번째 충격을 가져왔다. 우리 은하의 조상은 따로 있고, 나이도 10억년 이상 많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터줏대감이라고 믿고 모셨던 분이 실은 손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윤 연구원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이영욱(李榮旭·41) 교수는 그의 연구결과를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윤 연구원은 “신이 만드신 우주의 비밀을 알아가는 기쁨에 천문학자가 됐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이번 논문으로 오는 8월 모교인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또 70 대 1의 경쟁을 뚫고 영국 옥스퍼드대의 글래스톤 펠로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요즘 자신의 컴퓨터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별과 은하를 탄생시켰다 폭발시키고 있다. 올 10월 발사예정인 은하진화탐사선(GALEX)이 보내올 우주의 기원에 대한 정보를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시뮬레이션 상황을 그려보는 것이다. 이는 한국 미국 프랑스의 공동프로젝트다.
“하나님이 저에게 우주의 진짜 기원과 나이를 밝혀내는 기쁨을 주시리라고 믿습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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