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해외영화계 뉴스]할리우드 여성 CEO 3인방

‘할리우드는 우리에게 맡겨라.’

남성이 주도하는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여성 파워 3인방’이 주목받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영화사 컬럼비아의 에이미 파스칼 회장(44), 유니버설사의 스테이시 스니더 회장(41), 파라마운트사의 셰리 랜싱 회장(57)을 집중 조명하면서 이들의 역경과 성공담을 소개했다. 미국의 6대 메이저 영화사 중 3개사를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지배하는 것은 할리우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작년 한해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250편 중 90%가 남성감독들에 의해 제작될 만큼 여성들에게 배타적인 할리우드에서 단연 두드러져 보이는 인물은 올 한해 1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에이미 파스칼 컬럼비아 회장.

99년 취임 후 추진한 영화들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차가운 시선 속에 ‘해임 임박설’까지 나돌았던 파스칼 회장은 좌절하기보다 스스로에 대한 냉철한 반성 쪽을 택했다.

“나의 단점과 조언 등을 사원들에게 써내 달라고 했죠.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서요.”

이후 2000년말 영화 ‘미녀 3총사’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사내 기반을 다진 그는 흥행대작 ‘스파이더 맨’ ‘맨 인 블랙’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파라마운트의 랜싱 회장은 흥행성 높은 저예산 영화 제작으로 유명한 인물. 강인한 여성상을 주제로 한 영화 제작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아홉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주부였던 어머니가 아버지가 운영하던 부동산업에 뛰어드시더군요. 강인했던 당시 어머니의 모습이 내게 큰 영향을 미쳤죠. 내가 제작하는 상당수의 영화가 역경을 딛고 승자로 거듭나는 여성들에 대한 것인 것도 그 때문이죠.”

유니버설사의 스니더 회장은 영화가 좋아 법조계(85년 UCLA 법대 졸) 대신 할리우드를 택한 케이스. 트라이어드 광고사에서 우편물을 처리하는 말단 직원에서 출발, 99년 유니버설 회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에린 브로코비치’ ‘뷰티풀 마인드’ 등의 흥행작을 탄생시켰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