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가산면에 있는 중소기업체인 시온글러브의 직원 118명 가운데 61명이 정신지체 장애인이다. 법적으로 장애인 고용의무가 없는데도 이곳은 고용률이 52%나 된다. 장애인 직원의 70%는 중증이다.
10여가지 장갑을 월 270만켤레 생산해 이 중 60%를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하는 이 회사가 장애인의 일터로 자리잡은 것은 김원환(金元煥·37·사진) 사장의 ‘소신’ 때문. 경북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던 김씨는 92년 이곳에서 창업을 한 뒤 10년 만에 제2공장을 세울 정도로 성장했다.
“98년 정신장애인 3명을 채용했습니다. 열까지도 헤아리지 못하는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는 게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비장애인 직원의 하루 생산량이 2500여켤레인데 정신장애인은 하루 100켤레 정도였습니다. 처음엔 후회했지만 일하기 쉽게 시설을 보완하면서 5개월정도 훈련을 하니 지금은 비장애인과 거의 차이가 없어졌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정신장애인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이후 장애인 채용을 계속 늘리고 거래처에도 인식을 바꾸도록 적극 권장했다.
98년 입사한 정신장애인 장원우(張原佑·27)씨는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내가 일하러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며 “새 공장이 준공되면 장애인 친구들이 더 많이 온다고 하니 무척 기다려진다”고 좋아했다. 장씨가 하루 생산하는 장갑은 2500켤레로 비장애인과 차이가 없다.
11월 준공예정인 제2공장에는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 2대와 자동문 28개를 설치한다.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서다.
“지금 공장은 편의시설이 부족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일하기 어렵습니다. 새 공장이 준공되면 장애인을 30명정도 더 고용할 계획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을 해 갈등도 일어나지만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호소하니 별 문제가 없더군요.”
이 회사 사무실에는 ‘기술경쟁력 우수기업’ ‘수출유망 중소기업’ ‘이달의 중소기업’ 등 중소기업청과 지자체 등으로부터 받은 상과 지정서가 가득하다. 지난해 200만달러어치를 수출한 이 회사는 유럽연합의 품질인정을 받았을 정도. 최근에는 장애인 고용 모범업체로 뽑혀 노동부장관 상을 받기도 했다.
“장애인 본인보다 부모들이 더 힘들어합니다. 업종에 따라 사정이 다르겠지만 장애인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인데도 선입관 때문에 채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몇 개월만 참으면서 분위기를 만들어보면 틀림없이 달라집니다.”
칠곡〓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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