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경찰서 동화파출소 박영광(朴鈴珖·42) 경사는 아내와 ‘소속’이 같다. 근무하는 사무실은 다르지만 부인 최영선(崔英仙·38) 경사는 북부경찰서 경비교통과 소속이다. 박 경사 부부는 가끔 함께 현장근무에 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근무 분위기’를 위해 부부 티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약속.
박 경사의 동생들도 제복을 입고 있다. 남동생 박영철(朴鈴哲·37·노량진경찰서 신길3파출소), 여동생 박애령(朴愛鈴·35·서울경찰청 182센터) 경장이 그들.
가족 중 처음으로 박 경사가 경찰에 입문한 것은 1986년. 군대를 갔다와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있던 그에게 철도공무원이던 작은아버지는 경찰시험을 권했다. 그는 주저 없이 시험을 치렀고 경찰에 첫발을 내디뎠다.
경찰종합학교에서 신임교육을 받던 박 경사는 같은 교육생인 아내를 만났다. 시원스러운 성격에 반해 교제를 시작했고 89년 결혼했다.
‘경찰 부부’의 탄생을 지켜보던 동생들도 뒤를 따랐다. 박 경사가 결혼한 지 1년 후인 1990년 동생 영철씨와 애령씨가 나란히 경찰에 발을 디딘 것. 따라서 1990년은 박 경사 일가가 ‘경찰가족’으로 탄생한 해였다.
일가족이 경찰이어서 편리한 점보다는 불편할 때가 많다. 명절이나 연휴 기간에는 4명 중 1, 2명이 비상근무를 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경사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가 “우리 집엔 도둑이 얼씬도 못한다”며 부모를 자랑스러워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박 경사는 “경찰종합학교에서 신임교육을 받을 때 선배들이 소등시간을 넘기며 화장실에서 공부에 열중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시민들이 경찰을 믿고 수긍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보다 경찰 스스로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경사는 또 “일선에서 뛰는 경찰들에 대한 배려가 미흡해 후배 경찰들의 사기가 꺾일 때가 많다. 그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부부경찰관 485쌍▼
부부 경찰관이 크게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부부 경찰은 올 9월 현재 485쌍으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경찰청의 경우 부부 경찰관이 166쌍에 이르며 경기 42쌍, 부산 41쌍 등의 순으로 경찰관 부부가 늘고 있다. 특히 경남청의 경우 기혼 여경 63명의 절반이 넘는 36명이 동료나 상급자와 가정을 꾸렸으며 경북경찰청 역시 기혼 여경 67명의 50%가량인 33명이 부부 경찰이다.
경찰대 출신으로 1998년 경찰대 3년 후배인 윤미림(尹美林·27) 경위와 결혼한 최준영(崔俊榮·32) 경찰청 아시아경기지원반장(경감)은 “아내가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출퇴근이 불규칙해도 이해를 해주고 사건이나 법률 지식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며 “나쁜 점이라면 수당을 속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지역 부부경찰관 가운데 최고참인 사천경찰서 형사계장 강임수(姜任洙·55) 경위와 사천공항 분실장 이송자(李松子·54) 경위는 “76년 결혼할 때는 적잖은 화제였다”며 “그러나 최근엔 부부경찰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올 3월 경찰에 발을 내디딘 밀양경찰서 수사2계 김정미(金貞美·26·여) 순경은 중앙경찰학교에서 24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발령을 기다리던 2월 24일 대구수성경찰서 황완섭(黃完燮·30) 순경과 결혼했다. 경찰관 시험공부를 하다 황 순경을 만나 ‘부창부수’한 경우. 이 밖에 청주 서부서 김창수(金昌秀·48) 정보과장은 충북청 여성청소년 계장인 이광숙(李光淑·45) 경감과 지난해 부부가 동시에 승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남경찰청 장충남(張忠男) 인사계장은 “함께 근무하다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부서에 발령하지 않는 등 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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