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사관학교 19기로 군에 입대, 33년 군 생활 끝에 2000년 7월 준장으로 제대한 손정환(孫廷煥·53·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사진)씨.
그는 3000시간의 전투기 비행 기록을 갖고 있는 손꼽히는 ‘빨간 마후라’였다. 또 장군 진급 후 공사 생도대장을 지냈고 합참 전략본부 정책처장, 수원 전투비행단장, 정보사령부 여단장 등 군의 요직을 두루 거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의 은퇴 후 생활이 골프와 등산 등 취미 생활로 소일하는 여유로운 삶은 아니더라도 퇴직금에 매달 받는 200여만원의 군인 연금이 있기 때문에 굳이 음식점을 해야 생계가 해결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굳이 뚝배기집 경영을 택한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도전의식 때문이었다.
물론 대학 다니는 아들(대학 3년, 대학 1년)이 둘이나 있다는 현실적인 면도 작용했다.
손씨는 음식점을 내는 것을 한 달간 고민하다 몸무게가 4㎏이나 빠졌다. 몸보다 마음이 흔들렸다. “장군이 ‘식당주인’이라니….” 자존심이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군에서 잘나가던 선배로서 혹시 후배들에게 좋지 않게 비칠까 그게 제일 두려웠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식당을 차린 뒤 그는 새벽 6시에 일어나 부인 백미숙씨(50)와 함께 영등포시장에서 장을 본다. 하루종일 음식을 만들고, 그릇을 나르고, 설거지를 손수 한다. 이제는 순두부찌개, 불낙전골, 제육볶음 등 메뉴에 있는 모든 음식들을 척척 만들어 내는 요리사로 변신했다. 모습도 근엄한 장군에서 인심 좋은 동네 아저씨로 바뀌었다. 밤 10시 일을 끝내면 몸은 녹초가 되지만 손씨는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 만족스럽다”고 했다.
올해 3월 개업을 했을 때 식당을 찾은 동료와 선후배들이 보내준 성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손씨는 “대부분의 직업군인이 퇴역 후 연금도 적고 한국 사회에서 효용가치가 없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러나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손씨는 “아이들 공부를 다 시키고 나면 음식점을 그만두고 봉사활동을 하겠다”며 또 다른 변신을 계획하고 있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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