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삼성경제硏 최우석 소장-삼성종합기술원 손욱 원장

‘박사를 능가하는 학사 연구소장.’

경제, 기술 분야 민간 연구소로 각각 국내 정상급인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종합기술원의 수장들이 모두 학사(學士)여서 화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삼성그룹에 대한 경영 자문은 물론 국내외 경제 동향을 전망하고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민간 ‘싱크탱크’. 90여명의 석·박사들이 경제 경영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1류급 싱크탱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리더는 최우석(崔禹錫·62) 소장. 중앙일보에서 경제부장, 편집국장, 주필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1995년부터 연구소장을 맡아 왔다. 최종 학력은 부산대 상학과 졸업. 연구소에서 보조직원을 빼면 유일한 학사다.

해외 명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원들이 수두룩한데 잘 모르는 전문 용어가 나오면 ‘기죽는’ 일은 없을까.

삼성그룹과 연구소 내에서는 “현장 감각이나 독서량에서 최 소장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는 게 중평이다. 경제 기자 출신인 최 소장은 실사구시(實事求是)형 연구와 성과주의 시스템으로 연구소를 움직여 한국 최고급의 민간 연구소로 키워냈다. 이 연구소가 매주 작성하는 ‘최고경영자(CEO) 인포메이션’은 경제현안을 기민하게 분석하는 자료로 정평이 나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삼성전자 등 삼성의 계열사들에 세계 최고의 기술을 공급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국내 최대 민간 과학기술연구소. 850여명의 연구원 가운데 80%가 석·박사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기술책임자(CTO) 역할을 겸하는 이 기술원의 손욱(孫郁·57) 원장은 학사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손 원장은 삼성그룹 비서실,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장, 삼성전기 종합연구소장, 삼성전관(현 삼성SDI) 사장 등을 두루 거쳤다. 손 원장은 실제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자계열사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연구소의 연구방법에 혁신을 일으켰다. 1998년 12월부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20% 미만에 불과했던 연구결과물의 상품화를 80% 가까이 끌어올렸다. 손 원장은 풍부한 경영자 체험과 함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있어 기술흐름과 삶의 관계를 꿰뚫어보는 눈이 매우 날카롭다는 평을 듣는다.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연구소장은 특정 분야 연구능력이 아니라 경영자로서의 자질이 더 중요하다”면서 “학사라 해서 연구소장을 맡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