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씨는 1996년 주말마다 천안의 ‘청소년한돌회’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다 당시 이 단체 정순자(鄭順子·41) 회장이 데리고 있던 아이들을 알게 됐다.
“태어나기 전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지’라고 불러보는 것이 평생 소원이었어요. 그 소원을 이룰 수 없어 같은 처지의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돼주기로 했지요.”
직장(KBS 본사 총무국 근무)이 서울인 그는 1999년 10월 작심하고 천안으로 이사했다. 천안∼서울을 매일 출퇴근하는 것이 고역이지만 서울 집을 팔아 마련한 1억여원으로 구성동 산업도로 주변의 3층짜리 빌딩을 세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3층은 거주 공간, 2층은 놀이방, 1층은 잡화점으로 꾸몄다. 그는 자신의 봉급과 아내 김진자(金眞子·46)씨가 운영하는 잡화점, 큰딸 지현씨(21)가 맡은 인근의 김밥집 수익금 700여만원으로 아이들의 교육과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안씨가 기르는 아이들은 세살배기 어린아이부터 대학생까지로 나이 차가 크다. 유아 천식이 심해 입퇴원만 벌써 20여번 한 이정태(3), 정호군(4) 형제 때문에 명절에 집에 가는 것은 포기한 지 오래다.
하지만 안씨 부부는 ‘자녀’들이 티 없이 자라고 돈독한 우애를 다져 가는 것을 보며 고단함을 잊는다.
고교시절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던 지현씨는 앞으로 청소년한돌회 운영자가 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세 딸은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자원봉사상을 수상했다.
김영식씨(22)와 김동훈씨(22)는 2년제 대학에 당당히 합격했다. 군복무 중인 영식씨는 얼마 전 휴가를 나와 봉급을 아껴 모은 돈으로 동생 박창수군(11)의 신발을 사주기도 했다.
안씨는 “아이들이 갑자기 크게 아파 종종 일찍 퇴근해야 할 때 사정을 잘 모르는 동료들에게 늘 미안하다”고 말했다. 부인 김씨는 “정태의 천식이 악화돼 병간호에 매달리느라 친정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린다”면서 “지금은 두 형제가 품안에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라며 자식에 대한 사랑을 내비쳤다.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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