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21일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로 불리는 작가 막심 고리키(1868∼1936)의 애인이며 그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준 마리야 부드베르그(1892∼1974)가 서방을 드나들며 소련 간첩으로 활약했던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비밀 해제돼 공개된 영국 첩보기관 MI5의 문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고리키는 부드베르그에게 ‘철의 여인’이라는 애칭을 붙여줬지만 서방 첩보기관들은 그를 ‘붉은 마타하리’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소련 비밀경찰인 국가안보부(GPU)와 연계해 활동했으며 1920년대 독일 이탈리아 등 서방에서 몇 차례나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바라호프 고리키 기념관장 등 학자들은 “부드베르그가 소련 간첩이라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부드베르그의 삶은 장편소설처럼 파란만장하다. 러시아 귀족의 딸로 영국에서 공부한 부드베르그는 에스토니아 귀족과 결혼했으나 유럽 사교계에서 많은 정치인 예술인과 교류하며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볼셰비키 혁명과 제1차 세계대전의 격변 속에서 고리키와 만나 사랑에 빠진 부드베르그는 이오시프 스탈린 등 소련 지도자들과도 친분을 맺었다.
12년 동안 고리키와 함께 살았던 부드베르그는 1930년대 소련을 떠나 영국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고리키와 헤어졌으나 편지로 사랑을 이어갔다. 고리키가 죽은 후 부드베르그는 가끔 소련을 방문했을 뿐 소련 정부와 별다른 관계를 가지지 않아 더 이상 서방 첩보기관의 주목을 받지 않았고 영국에서 평온한 삶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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