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하반신마비 엄한천씨 서울대 약대 최우등 졸업

  • 입력 2003년 2월 26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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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학교를 다닌 서울대 약학대 엄한천씨(23·사진)가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엄씨는 지난 4년간 평균 학점 3.95점(4.3만점)으로 약대 졸업생 81명 중 3등을 차지해 26일 열린 학위 수여식에서 약대 졸업생 중 상위 5등까지 주는 최우등졸업상과 약대동창회장상을 받았다.

엄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발목이 아파 병원을 찾았으나 선천적으로 약한 척수혈관이 터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다리에 마비증세가 나타나 처음에는 목발을 짚고 다녔으나 차츰 병세가 악화돼 고등학교 때는 휠체어에 의존했다.

휠체어를 밀어주는 어머니와 함께 등하교를 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학업에 전념한 엄씨는 1998년 대입수학능력시험에서 382점(400점 만점)을 받았다. 엄씨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연구원이 되기 위해 약대를 선택했다.

계단만 있고 경사로가 없는 건물이 많고, 도서관에 장애인 전용 주차장도 없는 등 장애인 배려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서울대에서 학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엄씨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는 교실을 1층에 배치해 줘 불편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대학 1학년 때 교양 수업을 이동이 쉽지 않은 대형 강의실에서 받으면서 정말 학업을 포기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털털하고 밝은 성격 덕분에 주변에 친구들이 모이면서 2학년 때부터는 어머니 대신 친구들이 휠체어를 밀어 주었다. 엄씨는 “휠체어를 밀어준 친구들의 덕분으로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대학 3학년 때 미리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는 ‘특수연구생’ 자격을 획득한 엄씨는 올 3월부터 약대 대학원에 다니게 된다. 엄씨는 “학부 논문 주제였던 신경계 질환에 대해 더욱 깊은 연구를 해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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