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사법연수원 첫 여성 자치회장 박춘희씨

의류학도, 전업주부, 분식점 운영, 학원강사, 사시합격 그리고 사법연수원 첫 여성 자치회장까지….

쉰 고개를 바라보는 나이에 여성 최초로 사법연수원 자치회장을 맡게 된 박춘희(朴春姬·49·사진)씨의 인생 역정이다.

최연장자가 자치회장을 맡아온 전례에 따라 34기 사법연수생들의 대표를 맡게 된 박씨는 “무엇보다도 학업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연수원 교육 과정의 문제나 문화에 대해서도 자율적이고 탄력적인 수단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밖으로 972명의 연수생을 대표하면서 안으로 동기들을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할 수 없는 자리인 만큼 여성이 자치회장을 맡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그동안 사회 경험 때문인지 연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따르는 동기들이 유난히 많았고 활달한 성격 탓에 회장감으로 별다른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 일찌감치 자치회장으로 낙점을 받았다는 것.

부산대 의류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때 사회생활도 경험했던 박씨는 80년 결혼하면서 평범한 전업주부의 삶으로 들어서는 듯했으나 88년 남편과 헤어지고 상경, 분식점을 차려 생업을 꾸려가다 90년 험난한 사시 공부의 길로 들어섰다.

박씨는 “37세에 사시를 준비하기 시작해 12년만에 합격했다”며 “연수원을 수료한 뒤 아동이나 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변호사로 근무하면서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대형 로펌을 설립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박씨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변인과 대한변협 공보이사를 지낸 박인제(朴仁濟) 변호사의 여동생이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