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 와아 날았다.”
17일 오후 부산 인근의 오지인 경남 양산시 원동면 선리 원동초등학교 이천분교 운동장. 수업을 마친 전교생 12명이 각자 만든 모형비행기를 푸른 하늘로 날리면서 고함을 질렀다.
22일 충북 청원군의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리는 제27회 공군참모총장배 모형항공기 본선대회에 참가 자격을 얻은 이 학교의 막내인 1학년 김은새(7) 양과 2학년 김영지(8) 양은 “꼭 금상을 받을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사방이 산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일명 배냇골에 위치한 이 학교의 전교생이 고무줄 동력기로 하늘을 나는 모형비행기에 재미를 붙인 것은 정재식(鄭在植·35) 교사가 3월 부임하면서부터.
정 교사는 이렇다 할 놀이문화가 없는 아이들에게 하늘을 향한 꿈을 키워 줄 방법을 궁리하던 중 전 학교에서 특기적성교육 시간에 가르쳤던 모형항공기를 선택했다. 학교 예산으로 모형항공기 100대분의 조립상자를 구입했을 때 아이들의 눈은 반짝거렸다.
그러나 막상 활대를 구부려 날개를 만들고 종이를 바르면서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수업을 마치고 3명의 교사와 함께 하루 2, 3시간씩 며칠을 걸려 만든 모형비행기가 몇 초도 못 견디고 땅바닥에 곤두박질치기 일쑤였다.
이러기를 2개월. 어느덧 이들에게는 동체 길이 60cm, 날개 길이 60cm에 프로펠러를 단 모형항공기를 만드는 법에 익숙해졌고 손수 만든 모형비행기는 창공을 날았다. 12대의 모형비행기에는 그들의 꿈과 희망이 실려 있었다.
지난달 30일에는 부산의 공군 제5전술공수비행단에서 열린 공군참모총장배 부산 울산 경남 동부지역 예선대회에 전교생 모두가 참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 대회에서 은새 양은 1등을, 영지 양은 장려상을 받아 본선 출전 티켓을 땄다. 10일 경남도교육청에서 실시한 항공과학탐구대회에서는 6학년 김명희(12) 양이 우수상을, 같은 학년 김민주(12) 양은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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