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3시 반 서울 세종문화회관 5층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전날 입국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연습에 들어간 신임 지휘자 정명훈(鄭明勳·52) 예술고문의 유머 있는 지적에 단원들은 웃으면서도 시종 긴장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정 씨는 다음 달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청계천 새물맞이 특별연주회’에서 서울시향 지휘자로 본격 데뷔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과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한다. 이날 첫 연습의 소감을 물었다.
“한국에 와서 지휘하면 더욱 신나고 뜨거워야 하는데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어요. 단원들에게 제발 연습 좀 해오라고 해도 잘 안 해왔지요. 그러나 이번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다들 어떻게 하면 더 잘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합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현재 프랑스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일본 도쿄 필하모닉의 특별예술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내년 1월부터 2008년까지 서울시향의 예술감독으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의 연주자들은 재능이 어떤 나라보다 많다. 뜨겁고 신바람이 많다. 일본의 연주자들은 잘 맞추지만 신나서 일하는 게 보이지 않는다. 반면 이탈리아 연주자들은 맞지도 않으면서 기분만 낸다. 한국의 오케스트라는 좋은 지휘자와 지속적인 지원만 있다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경 서울 한강 노들섬에 건설될 오페라하우스 개관 전까지 서울시향을 국제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키워 낸다는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그는 “서울시향이 당장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최종 목표는 무척 높다. 그렇지 않으면 시작도 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과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9개월에 걸쳐 말러 교향곡 전곡(10곡)의 악보를 외워서 지휘하는 대장정을 펼쳤다.
그는 “말러의 곡은 연주할 때마다 한평생을 사는 기분이 들 정도로 무척 힘들다”며 “그러나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은 베토벤이 시작해 말러가 끝냈다고 할 정도로 오케스트라 실력 향상에도 적합하기에 이 곡을 선곡했다”고 말했다.
‘Dinner for 8’이란 요리책을 내기도 했던 정 씨는 연습을 마친 후 “내 인생에는 음악, 가족, 요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오늘 막내 생일이라 어제 프랑스에서 가져온 재료를 이용해 송아지 다리 요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가야 한다”며 바쁘게 자리를 옮겼다. 공연 문의 02-3700-630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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