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일본학 자료등 1만8000여점 기증한 日오에 교수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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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시노부 일본 이바라키대 명예교수(오른쪽)와 이상우 한림대 총장이 4일 한림대 연암관 2층 회의실에서 서적 등 1만8000여 점의 기증 협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림대
오에 시노부 일본 이바라키대 명예교수(오른쪽)와 이상우 한림대 총장이 4일 한림대 연암관 2층 회의실에서 서적 등 1만8000여 점의 기증 협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림대
“일제의 한국 침략을 사죄하고 특히 조선총독부가 도서관을 만드는 데 소홀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 꼭 한국에 책을 기증하고 싶었습니다.”

4일 한림대(총장 이상우·李相禹)에 러―일전쟁 관련 기록 등 일본학에 관한 자료와 서적 1만8000여 점을 기증한 일본 이바라키(茨城)대 오에 시노부(大江志乃夫·77)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 근현대사 중 러―일전쟁을 주로 연구한 오에 교수는 대표적인 비판적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5일 출국 직전 서울 중구 명동 퍼시픽호텔에서 만난 오에 교수는 “일본이 괜히 침공 의사도 없었던 러시아를 먼저 공격해 일어났던 러―일전쟁은 불필요한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러―일전쟁에 대한 찬사로 일관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후소샤(扶桑社) 교과서는 “일본에는 필요 없는 교과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에 교수는 1984년 ‘야스쿠니(靖國) 신사’라는 책을 통해 일본 군국주의의 심장부인 야스쿠니의 실체를 폭로한 바 있다. 오에 교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 헌법뿐만 아니라 국제법까지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여러 차례의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본 총리들이 개인 자격이라는 구실을 붙여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것을 강력히 비판했다.

“패전 후 일본이 연합국과 체결한 샌프란시스코조약에는 태평양전쟁 전범 재판이었던 도쿄 재판의 결과를 존중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도쿄 재판의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이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웃 국가들이 이를 비판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 아니라 국제조약 준수를 촉구하는 정당한 행동입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눈빛이 형형한 오에 교수는 “최근 일본 총선 결과가 결국 군국주의적 속성의 확대라는 점에서 위기의식을 넘어 절망감까지 느낀다”고 격정을 토로했다.

그는 학자적 양심 앞에 매우 준엄했을 뿐 아니라 인간적 신의에도 매우 투철했다. 그는 도서 기증 대학으로 한림대를 택한 이유를 “평소 존경하던 지명관(池明觀) 한림대 석좌교수가 한림대 일본학연구소를 이끌 당시 ‘야스쿠니 신사’의 한국어 번역을 주도하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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