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70대 김규자-진복순 할머니 화장품회사 지점장

  • 입력 200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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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에 화장품회사 지점장이 된 김규자(왼쪽) 진복순 씨가 함께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신원건  기자
70대에 화장품회사 지점장이 된 김규자(왼쪽) 진복순 씨가 함께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신원건 기자
70대인 두 할머니가 알짜배기 장사로 유명한 화장품 회사의 지점장이 됐다.

김규자(金圭子·73) 진복순(陳福順·70) 씨는 1999년 화진화장품에 입사해 6년 만에 각각 인천지점과 서울 등촌지점에서 직원 70∼80명을 거느리는 자리에 올랐다.

이 회사 직원 3만5000여 명 중 최고령인 김 씨는 아들이 한 지방대학의 교수이고 생활도 넉넉하지만 일이 좋아 방문판매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는 10여 년 전 대학교 때 수련회에 갔다가 물에 빠져 실종된 막내아들을 잊기 위해 종교생활, 봉사활동에 매달렸고 지금은 일에 몰입해 있다.

진 씨도 1970년대와 1980년대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여유 있게 살 수 있지만 일을 택했다.

두 지점장은 아는 사람에게는 부담을 주기 싫어 제품을 권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을 타깃으로 삼아 각각 하루 30여 명씩 지금까지 4만여 명을 만났다.

“고객으로 삼기로 작정하면 저희 제품을 쓸 때까지 끝까지 설득했습니다. 삶은 뜻대로 된다고 믿고 목표는 반드시 이루려 했습니다. 지금은 아무리 실적이 저조한 직원이라도 한 달에 300만 원은 집에 갖고 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김 씨)

두 사람은 화장품 영업을 하므로 옷과 피부에 신경 쓰기 때문에 조쌀하면서도 세련됐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김 씨는 “주위의 다른 노인과 달리 멋있게 살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멋쟁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또래 대부분이 화투나 치면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데 나이 들수록 귀천을 따지지 말고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씨는 “가끔씩 남편이 있는 돈 갖고 살지 왜 돈을 버느냐고 타박하지만 일을 해야 건강과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두 할머니는 : 생활 여유 있지만 일하고 싶어 1999년 화진화장품 입사…직원 3만5000명 중 최고령…방문판매 하루 30명씩 4만명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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