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한 음식점에서 대를 이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앞 ‘개성집’은 1967년 문을 연 김영희(金英姬) 할머니에 이어 현재는 며느리인 문현진(文賢珍·53) 씨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생들에게 개성집이 유명해진 것은 대를 이은 손맛과 더불어 따뜻한 마음 씀씀이 때문.
개성에서 태어나 1·4후퇴 때 피란을 내려온 김 할머니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등록금을 대신 내주기 시작한 것은 1994년부터.
동향 출신인 김영휘(金永輝) 전 고려대 교수가 동료와 함께 식당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그만둘 위기에 처한 학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은 김 할머니는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를 그만두는 학생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선뜻 그 학생의 등록금을 내놨다.
평소 동생 뒷바라지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해 “어려운 학생을 돕고 싶다”던 김 할머니는 이때부터 ‘개성집 장학금’을 만들어 고려대 학생 16명에게 43차례에 걸쳐 8800여만 원의 등록금을 마련해 줬다.
김 할머니가 지병인 당뇨병으로 세상을 떠난 2003년부터는 며느리인 문 씨가 김 할머니의 뜻을 이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생 자녀 둘을 두고 있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문 씨지만 3년 동안 벌써 3400만 원을 장학금으로 내놨다.
2003년부터 ‘개성집 장학금’을 받아온 신경문(23·언어학과) 씨는 “장학금뿐 아니라 가끔 들를 때마다 하다못해 김치라도 싸주시는 따뜻한 마음에 감동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졸업 후에도 꼭 자주 찾아뵐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문 씨는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학생들이 보내는 감사 편지와 전화를 받으면 어머님이 봉사하신 이유를 알 것 같다”며 “개성집이라는 이름을 간직하는 한 계속 어머님의 뜻을 이어 장학금을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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