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으로 뽑힌 소설인 ‘복제 인간’은 출산 대신 복제가 대세가 된 미래 사회에서 자의식 없이 태어난 복제아에 대해 이야기한다. 병원에서 항문 치료를 받던 환자가 환상 속 미래 사회에 들른다. 복제를 통해 진화한 미래의 사람들은 몸이 난쟁이처럼 작고 날쌔지만, 머리가 아주 크며 입 대신 항문으로 말한다. 김 씨는 “생명은 소설의 영원한 테마다. 신성스럽게만 생각되는 생명을 소재로 좀 풍자적이고 우스운 글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내 첫 소설은 서울고상(서울대 상대의 전신)에 다니던 스무 살 무렵 잡지 현상 공모에 당선된 ‘이화내’라는 단편이었다”며 “하지만 일본어로 쓰인 거라서 그냥 내버려뒀고, 지금은 제목밖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소설 쓰기란 무한궤도를 달리는 열차 같은 것”이라며 “소설을 쓰기 위해 생활을 기계처럼 관리한다”고 말했다.
“매일 오전 8시 반 회사에 나와 오후 5시 반에 퇴근합니다. 봉급을 주니까 일단 회사 회의에 참석하고 결정에 조언을 해 주지요. 그리고 회사에서 나머지 시간의 반은 책을 읽고 반은 글을 씁니다. 집에 가서도 오후 11시 잠들기 전까지 낙서를 하더라도 원고지 앞에 앉아 있습니다. 만보계를 차고 하루 7000보씩 걷습니다. 좀 더 일찍 소설을 시작할 걸 그랬지요.”
그는 예순세 살 되던 1983년 작가로서 활동을 재개했다.
이번 ‘복제 인간’까지 총 8권의 소설책을 펴냈는데 다음 달에는 ‘한국 경제 구조의 문제점과 그 해결책’(가제)이라는 경제 서적도 낼 계획이다.
“경제 서적에 수치와 정밀한 분석이 들어가긴 하지만 아무래도 소설 쓰기가 더 어려워요. 아무것도 없는 데서 창작해 내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앞으로 2, 3권은 더 써야지요.”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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