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홈쇼핑의 유진학(34) PD는 14일 생후 13개월 된 하영이를 진찰한 서울대병원 의사의 인터뷰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홈쇼핑 PD가 상품 판매 프로그램을 만드는 대신 병원에서 어린이 환자의 상태를 찍는다? 그는 CJ홈쇼핑 채널의 불우이웃돕기 프로그램인 ‘엄마에게 희망을’을 맡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7시 사이에 25분간 방영된다. 이 시간대는 홈쇼핑에서 가장 상품이 많이 팔리는 때다.
“상품 판매 수익 일부를 떼서 돕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이웃 돕기 기부금을 모금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인물을 소개하고 전화로 후원금을 모으죠.”
25일 방영될 하영이는 폐렴으로 인한 열을 제때 내려주지 못해 뇌 손상까지 이어진 경우다. 한 달 치료비만 1000만 원이 든다. 옥탑방에서 지내는 하영이 가족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엄마에게 희망을’은 2004년 12월 ‘월드비전’의 제안을 받아들여 20분짜리 2회분 특별방송으로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은 첫 방송에서 4억9000만 원을 모았다. 시청률이 1%를 밑도는데도 지상파 TV의 모금 프로그램 못지않은 성과를 올린 것. 지금까지 모은 돈은 약 14억 원. 지난해 1월 방송위원회에서 주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을 받기도 했다.
“홈쇼핑 프로그램이 방송위 상을 타는 건 전무후무할 겁니다. 가장 전형적인 상업방송에서 가장 공익적인 프로그램을 하는 데 대해 높은 점수를 준 것 같습니다.”
이들은 본방송 1주일 전부터 하루에 1분씩 다섯 차례 예고 방송을 내보낸다. 이 예고 방송만 보고 후원하는 사람도 평균 30명은 된다.
“1년여 제작하다 보니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 많습니다. 당뇨가 심해 몸도 못 가누는 어머니와 지체 장애인인 11세 아들, 정신 지체인 며느리와 손자 2명을 보살피는 여든이 넘은 할머니 등을 보고 속으로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훈훈함을 여전히 느낄 수 있단다. 후원금 외에도 불우이웃의 낡은 집을 보고 다시 지어 주겠다고 나선 건설회사나 이불 옷가지 등을 보내 주겠다는 사람들의 전화 한 통이 그에겐 큰 힘이 된다.
모인 돈은 결식아동의 도시락 지원과 빈곤 여성가장 돕기에 쓰인다. 앞으로 ‘도시락 나눔의 집’을 전국 각지에 여는 한편 기금으로 만들어 관리할 예정이다.
“제가 할 일은 좀 더 어렵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겁니다. 특히 가난한 노인들을 후원할 방법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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