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미디어]머독2세 '濠정부는 공중파TV만 편애"

  • 입력 1999년 12월 26일 21시 08분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아들 라클란(28)이 최근 호주의 ‘디지털 TV법’을 둘러싸고 호주정부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라클란은 ‘머독 왕국’의 핵심 기업인 뉴스코퍼레이션사의 수석부사장으로 호주뉴스코퍼레이션사를 경영하고 있다.

호주 디지털TV법의 골자는 △2001년 1월부터 SDTV(표준화질TV) HDTV(고화질TV) 등 디지털TV 방영을 시작하되 2008년까지 아날로그TV와 병행한다 △디지털 전파를 이용한 데이터방송 사업자(Datacaster)의 사업 영역을 2004년까지 제한한다 △정부 소유의 호주방송(ABC)은 향후 2년 간은 HDTV 프로를 매주 20시간 방영해야 한다는 것 등.

데이터방송은 정보 그래픽 소리 영상 등을 단일 텍스트 형태로 제공하는 것으로 가입자들은 이를 통해 인터넷 게임 홈뱅킹 등을 할 수 있다.

아날로그 전파가 디지털로 전환되면 기존 주파수 대역 하나에서 3∼4개의 채널이 더 나오므로 앞으로 데이타 방송 사업자가 급증할 전망.

이 법은 그러나 데이터방송 사업자는 방송시간 30분당 10분 밖에 동영상을 틀 수 없고 뉴스나 스포츠 중계, 드라마 퀴즈쇼 등 기존 공중파와 유사한 프로그램은 방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라클란은 이에 대해 “데이터방송 사업자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비전없는 공중파방송 카르텔을 보호하기 위한 비민주적인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즉 고화질과 음질, 다채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방송 사업이 기존 아날로그보다 못한 서비스를 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머독의 경쟁자로 호주 일간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을 소유한 존 페어팩스 홀딩스사도 같은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어서 이에 동조하고 있다.

호주소비자협회(ACA)도 “소비자들이 컴퓨터나 이동전화 스크린에 나오는 비디오를 디지털TV에서 볼 수 없다면 의아하게 여길 것”이라고 지적.

호주의 통신장관 리처드 알스톤은 이에 대해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 및 기존 공중파 방송사와 데이터방송 사업자 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야기될 재정 부담을 고려한 선택”이라며 응수하고 있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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