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미디어]佛 비방디그룹 '할리우드 입성' 야망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1분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미디어업계의 위탁아(Foster child) 같은 존재다. 잠깐 돌봐줄 때는 더 없이 사랑스런 존재지만 계속 맡아 키우려면 골치덩어리다.” (월스트리트저널)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국제 입양’이 과연 이번에는 ‘해피 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

랑스의 종합미디어업체 비방디가 최근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모기업인 캐나다의 시그램사를 인수, 합병함에 따라 할리우드의 유서깊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일본, 캐나다 업체에 이어 이번에는 프랑스업체의 ‘슬하’로 들어갔다.

이에 따라 세계 2위의 종합미디어그룹으로 등장한 비방디 유니버설이 그동안 ‘외국기업의 문화와 할리우드는 궁합이 안 맞는다’는 징크스를 깨고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앞세워 할리우드 입성에 성공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의 지적처럼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외국업체가 뛰어들어 실패한 대표적인 예로 꼽히기 때문. 지금까지 할리우드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뛰어든 외국 업체는 번번히 쓴 잔을 마셨다. ‘미디어제왕’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프가 거의 유일한 예외다.

지금까지 수많은 미디어 업체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어했고, 오랜 검토 끝에 이들은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반드시 할리우드의 스튜디오를 가져야 한다’는 것.

일본의 소니는 89년 컬럼비아 영화사와 트리스타 영화사를 매입,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켰으며 마쓰시타도 이듬해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을 거느린 MCA를 통째로 사들였다.

그러나 소니는 엄청난 돈을 계속 퍼붓고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마쓰시타도 5년만인 95년 시그램에 유니버설을 팔아 넘겼다. 그러나 시그램이 비방디에 합병됨에 따라 유니버설은 5년만에 다시 ‘새 부모’를 맞이하게 됐다.

국업체가 할리우드에서 맥을 못췄던 이유중 하나는 경영풍토와 문화의 차이 때문. 자유분방하고 창의성을 중시하는 할리우드식 사고방식을 외국기업이나 외국 경영인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문화충돌을 빚곤 했던 것이다.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비방디와 시그램의 합병에 대해 주식시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이나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박수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비방디의 장 마리 메시회장은 다른 외국업체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미국인을 유니버설의 총책임자로 앉히겠다고 밝혔다. 메시회장은 또 세계 최대의 종합미디어 그룹인 AOL-타임워너와 경쟁하기 위해 머독과 손잡고 싶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메시회장은 뉴스코프 소유의 영국 스카이방송의 지분 25%를 갖고 있으며 이를 머독이 최근 출범시킨 디지털 배급업체인 ‘스카이 글로벌’의 지분 10% 및 이사직과 맞바꾸려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메시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머독 소유의 20세기 폭스가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미국 시장에서보다는 유럽에서 두 거물 사이의 ‘공조’가 먼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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