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에서 매케인이 선거자금과 조직면에서 경쟁상대가 없어 보이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 이래 부시와 매케인은 각 주별 예비선거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치열한 경합을 계속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언론은 흥미진진한 공화당 후보 지명전에 초점을 맞췄고 매케인은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매케인은 워싱턴의 정치자금기부자와 로비스트 의회간의 ‘철의 트라이앵글’을 혁파하겠다며 정치개혁을 촉구했다. 또 부시 주지사가 약속한 대폭적인 감세는 부자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는 보수적 색채가 짙은 공화당 노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게 사실. 그래서 매케인은 민주당과 지지정당이 없는 중도적 성향의 무당파 유권자들로부터는 상당한 지지를 받았지만 정작 공화당 내 보수층으로부터는 외면을 당했다.
그가 대선정국에서 화제의 인물이 된 데는 베트남 전쟁 포로로 5년이나 억류됐다 극적으로 귀환한 점도 큰 작용을 했다. 베트남 당국이 다른 미군포로보다 먼저 석방해주겠다고 제의한 것을 거부하고 억류를 자처했던 그의 당당한 이미지는 ‘영웅’을 갈망하는 미국인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또 영화배우를 무색케 할 만큼 미모가 뛰어난 그의 부인 신디도 유권자들의 이목을 끄는 데 한몫을 했다.
물론 메케인은 낙태와 총기규제를 완강히 반대하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독교계의 보수적인 인사들을 “사악하다”고 비판하는 등 예민한 이슈에 관해 논쟁을 촉발하거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금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는 슈퍼 화요일에 경쟁자인 부시 주지사에게 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지지도가 부시보다 현저히 낮은 그로서는 막강한 저력을 갖춘 부시를 상대하는 게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슈퍼 화요일을 계기로 부시가 공화당 후보 지명에 유리한 위치를 굳힌다 하더라도 ‘매케인 선풍’이 단순히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스지가 매케인의 패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5일 사설을 통해 그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은 매케인의 정치적 위상이 이번 대선 레이스를 통해 한결 높아졌음을 입증하는 구체적 사례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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