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 정부가 유가가 오르는 동안 낮잠을 자고 있었다”고 비판하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미국 경제가 사상 최고의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인상은 경제실책으로 꼬집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소재이기 때문.
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유가 인상에 따른 소비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1993년도에 이뤄진 가솔린세 인상분 4.3%를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내려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가솔린세 인상은 클린턴 대통령이 당시 만성적인 연방정부의 적자폭을 감축하기 위해 단행한 것. 고어 부통령은 이에 관한 상원 표결이 50 대 50으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찬성표를 던져 관련 법안이 1표차로 통과되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공화당은 이 때문에 세금 인상분을 ‘고어 가솔린세’라고 비아냥댔다.
반면 고어 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측은 가솔린세 인상으로 조달된 매월 6억달러의 재원이 고속도로 건설 등 교통여건 개선에 사용되는 점을 들어 세 인하에 반대하고 있다.
고어부통령의 선거운동 대변인인 더글러스 해터웨이는 “부시주지사가 가솔린세의 인하를 주장한다면 그의 무분별함을 드러내는 것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화당은 또 석유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알래스카 등에서 유전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환경보호론자인 고어 부통령은 환경파괴가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전면적인 금수 조치나 전쟁 발발 등의 경우에 사용하기 위해 1975년부터 조성해온 전략비축유를 방출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부시주지사와 고어부통령이 모두 반대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말 갤런당 1.25달러에서 현재 1.35달러까지 오른 무연 가솔린 가격이 여름 휴가철에는 2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이같은 유가인상이 미국경제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유가가 안정되지 않는 한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공화당은 유권자들이 교육 의료 등 분야에선 민주당 정책을 지지하는 점을 의식, 유가 문제를 11월 대선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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