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美대선중간점검④/브루킹스硏 헤스에 듣는다

  • 입력 2000년 7월 27일 19시 15분


《요즘 웬만한 미국의 정치 및 선거 전문가들은 11월 실시될 대통령 선거의 판세를 분석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저명한 정치분석가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스티븐 헤스 연구원도 그 가운데 한 사람.

그는 미국의 대통령과 선거캠페인, 정당정치 등에 관해 9권의 책을 냈으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59∼61년)와 공화당 전당대회의 정강정책 수석입안자(76년)로 활동한 바 있다.

26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미 대선 전반에 관한 그의 견해를 들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가 부통령 후보로 리처드 체니 전 국방부장관을 지명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매우 안전한 선택으로 보수적인 유권자들을 안심시킬 것이다. 체니의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뛰어난 식견은 그 분야에 별다른 지식이 없는 부시 주지사의 부족함을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를 선택한 것은 더 많은 득표를 노린 선택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체니는 비교적 조용한 성격으로 대중연설에서 청중을 사로잡는 카리스마가 없다. 또 선거인단의 숫자가 적은 네브래스카주 출신으로 와이오밍주에서 정치활동을 했기 때문에 선거인단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러닝메이트의 선택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유권자들은 대통령 후보를 보고 투표를 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영향은 없다. 그러나 역대 대선에서 러닝메이트를 잘못 고르는 바람에 고전했던 대선 후보들이 적지 않다. 부시가 체니를 택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여론조사에서는 부시 주지사가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을 앞서고 있는 데 누가 이길 것으로 보는가.

“아직은 예상키 어렵다. 20세기에 실시된 25번의 대선 중 후보들이 접전을 벌인 것은 4번에 불과했고 21번은 일찌감치 승패가 갈렸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 공화 민주당의 표몰이 전략과 3차례 실시될 TV 토론회가 중요한 변수로 될 것이다. 전당대회 직후엔 후보자들의 지지도가 평균 6∼10% 오르는데 이같은 상승국면을 누가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유권자들은 아직은 대선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을에 접어들어야 당락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현재의 여론 조사는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부시와 고어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책에 관해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같은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은 있는가.

“외교 문제가 대선에서 쟁점으로 대두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유권자들의 관심사는 일상생활에 관한 것이므로 후보들은 거의 전적으로 국내문제에 국한해 설전을 벌이는 게 보통이다. 감세 의료 사회보장 교육 낙태 등 중요한 현안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 대선에는 엄청난 선거자금이 들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돈이 많이 드는 것은 분명하다. 대선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에는 많은 돈이 소요된다. 공화당 대선 예비선거에 나섰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로비스트들의 대 의회 로비를 문제삼으며 정치개혁을 주장했을 때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에서 합법적으로 돈이 오가고 있고 이익집단은 자신들의 목표를 정책에 반영하는 방편의 하나로 정치자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쉽게 바꾸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정치개혁은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 전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거는 돈祝祭?▼

올해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선 유난히 돈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상 최고의 선거자금이 이번 선거에 퍼부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는 2월부터 지난달까지 2144만4783달러(약 236억원)의 정치자금을 모았으며 지출한 비용은 4571만7529달러(약 503억원)라고 연방선거위원회에 신고했다.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이 신고한 모금액은 2008억6911달러(약 221억원), 지출액은 1753만3865달러(약 193억원).

그러나 이는 정당이 이익단체와 개인으로부터 기부받아 정책광고와 당활동 등 사실상의 선거운동에 투입하는 이른바 ‘소프트 머니’는 제외한 액수다. 후보자의 모금에는 한도가 있지만 소프트머니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미국의 선거전문가들은 올해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 드는 돈이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중 상당액은 정치광고에 들어간다. 그래서 요즘 정치광고업계는 엄청난 호황을 누린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돈 안드는 정치를 위한 개혁을 주장하고 있으나 잘 나가는 경제 때문인지 아직은 구체적 개선방안이 마련될 만큼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는 않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