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첫 대통령을 뽑는 이번 선거는 새해 벽두 예비선거 때부터 시작됐다.
1월21일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코커스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는 존 매케인(상원의원) 스티븐 포브스(출판인) 앨런 키이스(전 유엔대사) 등 다른 5명의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 상큼하게 출발했다.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도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을 누르고 무난히 1위를 했다.
일대 파란은 2월1일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에서 일었다. 공화당의 매케인 의원이 예상을 깨고 부시 후보를 꺾은 것.
매케인 의원은 몇주간 주요 시사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며 부시 후보를 무서운 기세로 위협했다. 그러나 그 후 계속된 예비선거에서 부시 후보가 우위를 보이자 매케인 의원은 3월9일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고 그 사이 단 한번도 고어 후보에게 이기지 못했던 브래들리 의원도 중도 하차했다. 이에 따라 대선 구도는 공화당의 부시 후보 대 민주당의 고어 후보로 가닥이 잡혔으나 ‘매케인 선풍’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도 시들해졌다.
대선 열기가 다시 후끈 달아오른 것은 양당이 잇달아 전당대회를 개최하면서부터.
공화당은 7월31일부터 8월3일까지 필라델피아에서, 민주당은 8월14일부터 17일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부시와 고어를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부시가 고어를 일방적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민주당 전당 대회 이후 고어 후보의 지지도가 급상승, 부시 후보를 역전했다. 전통적으로 대선 후보간 우열의 윤곽이 가려진다는 노동절(9월4일) 직후 여론조사에서도 고어 후보가 부시 후보를 앞서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고어 후보는 그러나 9월 중순 이후 정책 설명과정에서 없는 사실을 꾸며내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으며 이때부터 부시 후보와 엎치락뒤치락 하는 접전이 전개됐다. 지난달에 실시된 3차례 TV 토론도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고어 후보가 완승을 거둘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부시의 선전이 돋보였다.
이 과정에서 두 후보는 패착을 몇가지씩 뒀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고어 후보는 △인터넷 창설을 주도했다는 과장 발언 △클린턴과의 지나친 거리 두기 △대선 토론회에서의 부진 등을, 부시 후보는 △외국 지도자 이름 묻는 질문에 오답 △매케인 상원의원 냉대 △러닝메이트 잘못 선정 등의 실책을 저질렀다는 것.
박빙의 리드를 지키고 있는 부시는 친화력과 신뢰도를, 고어는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앞세워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하고 있지만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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