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팜비치 '수작업 재검표' 파문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20분


미국의 43대 대통령 선거 개표결과는 자고 나면 새로운 변수가 나타나는 등 날이 갈수록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에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전 선거구 수작업 재검표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다.

팜비치 카운티는 투표용지 1%를 추출해 수작업으로 재검표한 결과 후보간 득표수 변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자 12일 카운티 전체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를 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AP통신이 플로리다주 67개 카운티 전체의 재검표 내용을 비공식집계한 결과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간 표차는 당초 1784표차에서 불과 327표차로 좁혀진 상태. 이 같은 표차는 팜비치 카운티의 2차 재검표 결과 288표로 좁혀졌으며 4개 투표구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 결과 더 좁혀질 여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카운티 전체 투표구에 대해 수작업으로 재검표할 경우 대선 승자를 뒤바꿔 놓을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왜 수작업인가〓고어 후보 진영의 요청에 따라 수작업 재검표가 실시되는 지역은 팜비치 외에 볼루시아 브로워드 마이애미―데이드 등 3개 카운티.

이 가운데 가장 먼저 팜비치 카운티가 11일 오전 2시(현지시간) 전체 531개 투표구중 4곳에 대해 수작업으로 재검표를 실시했다. 이 4개 투표구의 투표자는 4300여명으로 팜비치 카운티의 전체 투표자 수 42만5000여명의 1% 정도. 플로리다주 선거법에 따라 1%의 투표용지를 샘플로 뽑아 수작업을 실시한 것이다.

그 결과 고어 후보는 33표를 추가했으며 부시 후보는 14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고어 후보의 입장에서 보면 19표의 격차가 줄어든 셈.

찰스 버튼 카운티 판사를 의장으로 하는 3인으로 구성된 카운티 선거감독위원회의 캐럴 로버츠는 “1%를 샘플로 해서 19표차가 났다는 것은 카운티 전체로 보면 1900표차가 날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수작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주 선거법에 따라 카운티 전체에 대해 수작업 재검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튼 의장은 선거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다음 수작업 개표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지만 나머지 1명의 위원인 테레사 르포어 카운티 선거감독관이 ‘즉각 수작업 재검표’안에 동의해 2 대 1로 수작업 재검표가 결정됐다.

▽긴장하는 부시 진영〓수작업 재검표가 실시되는 4개 카운티에서 나온 무효표는 8만표. 이중 컴퓨터를 통한 자동집계에서 아무런 표시도 나타나지 않은 2만6000표가 문제다.

컴퓨터는 유권자가 후보의 기표란에 뚫은 구멍을 읽고 후보별로 득표수를 계산한다. 그런데 천공된 부분이 투표용지에서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채 붙어 있으면 이를 득표로 인정하지 않는다. 수작업 결과 이 같은 표 가운데 명백한 유효표를 가려내면 후보별 득표수는 달라지게 된다.

팜비치 카운티 총투표용지의 1%인 4300여표를 수작업으로 재검표해 고어 후보가 19표의 격차를 좁혔다면 팜비치 카운티 전체 투표용지를 수작업으로 재검표할 경우 고어 후보는 확률상 부시 후보보다 1900표를 더 얻을 수 있다. 고어 후보 지지성향이 강한 볼루시아 등 3개 카운티에서도 12일부터 14일까지 수작업 재검표가 예정대로 실시되면 현재 미세한 리드를 지키고 있는 부시 후보는 고어 후보에게 승리를 넘겨야 한다.

하지만 수작업 재검표가 계속 진행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부시 후보측이 “기계에 의한 재검표와는 달리 사람에 의한 검표는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검표자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며 수작업 재검표 금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플로리다주 남부지역 연방 법원에 냈기 때문. 부시 후보측은 수작업 재검표 결과 플로리다주에서 패배할 경우 고어 후보에게 미세한 표차로 졌던 다른 주에서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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