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도층〓18일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여론을 주도하는 많은 학자 정치인 전문가들은 두 후보가 7일 선거 이후 보여준 언행으로 볼 때 아직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세가 안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조지메이슨대의 제임스 피트너 공공정책학 교수는 “두 후보가 소송과 여론몰이에 몰두하는 것은 한 국가를 이끌어갈 지도자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치 눈앞의 이익을 위해 기업 인수합병(M&A) 작전을 짜는 듯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프린스턴대의 프레드 그린스타인 정치학 교수는 “두 후보는 국가 이익을 걸고 결정을 내리는 웅대한 정치인의 기질이 아직 부족하다”면서 “두 후보는 선거 후 전화를 걸어 승자를 따지는 언쟁을 벌이기보다는 해결방법을 찾기 위한 진지한 논의를 벌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대 여론연구소의 휴즈 글래드윈 소장은 “미국 국민 대다수가 이번 선거에 농락당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면서 “앞으로 미국인은 취약한 대통령 밑에서 험난한 4년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 직후 소속 정당의 이해에 따라 행동하던 정치인들도 이전투구식 법정공방이 계속되자 사태 수습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레온 파네타는 “두 후보 중 누가 미국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지를 가름하는 시험대는 취임식 직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진행 중”이라며 “두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지도력과 초당적 자세를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와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섰던 존 매케인 애리조나 주지사도 “플로리다 개표 논란이 정치 시스템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가 잠식되고 있다”면서 “누가 백악관에 입성하든 지지도는 급속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개탄했다.
▽국민 여론〓대다수 미국인은 법정 공방이 장기화되자 선거 논란을 조속히 마무리짓는 것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17일 성인 6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 조사에 따르면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응답자는 57%에 달한 반면 두 후보가 법정에서 견해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0%에 불과했다.
플로리다 개표 논란에서 두 후보가 보인 대처 방식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보는 견해는 1차 여론조사가 있었던 12일에 비해 늘어났다. 부시 후보를 비난하는 응답자는 45%에서 48%로 늘어났으며 고어 후보에 비판적인 견해는 47%에서 51%로 늘어났다.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두 후보 모두 대통령감이 못된다는 지적이 10%나 됐으며 플로리다주 개표 결과가 믿을 만한가에 대해서는 50%만이 긍정적으로 답해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미국민의 실망감이 상당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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