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입법-사법-행정 총동원…막바지 총력전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32분


《미국 대선 개표 혼란이 공화 민주당의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출발한 혼전은 연방 대법원을 포함한 사법부는 물론 플로리다주 의회에까지 짙은 전운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마치 양당이 죽느냐 사느냐를 가리는 싸움에 돌입한 것 같은 혼란스러운 양상을 종합 정리한다.》

▼공화당의 맞불 전략▼

▽연방 대법원 상고〓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팜비치 카운티 등의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인정토록 한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연방 대법원에 상고함에 따라 차기 대통령을 확정하기 위한 플로리다주의 혼란이 연방차원으로 번졌다.

공화당은 플로리다주 대법원에 수작업 재검표 중단을 요청하는 변론서를 제출할 때 이미 연방헌법 문제를 거론하며 연방 대법원 상고에 대비했었다. 공화당은 연방 대법관 9명중 7명이 공화당 행정부에 의해 임명됐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경우 대법관 7명중 6명이 민주당이고 1명만 무당파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법률가들은 선거는 주의 권한에 속하는 만큼 연방 대법원이 플로리다주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상고한 것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총력전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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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효표 논란〓공화당이 22일 자신들에게 유리한 플로리다주 13개 카운티에서 해외주둔 미군이 다수를 차지하는 부재자 투표의 무효표(1500여표 추정)에 대한 유효 인정 소송을 법원에 낸 것은 민주당의 수작업 재검표에 대한 맞불 작전이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구멍이 뚫리지 않고 눌린 자국만 있는 이른바 ‘보조개 표’를 유효표로 인정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냄에 따라 부시 후보의 930표 리드 상황이 자칫하면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군 부재자 투표를 들고 나왔다.

공화당은 군 부재자 투표의 상당수가 우편소인이 생략되는 바람에 무효표로 인정됐다며 군심(軍心)을 자극하고 있다. 부시 후보를 지지하는 노먼 슈워츠코프 전 걸프전 사령관은 “해외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군인들이 그들을 지휘할 대통령을 선택할 권리를 박탈당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더그 해터웨이 대변인은 “선택적인 수작업 재검표를 비난하는 공화당이 일부 카운티의 부재자 투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모순”이라고 공격했다.

▼'데이드' 手검표 중단 논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수작업 재검표 중단〓플로리다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선거감독위원회가 22일 수작업 재검표를 중단함으로써 민주당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격이 됐다. 양당은 민주당의 표밭인 이곳에서 재검표가 완료되면 고어 후보가 500∼1000표 정도를 더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었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당초 수작업 재검표 불가 입장을 바꿔 20일부터 재검표를 시작했었다.

그러나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정한 개표보고 마감시한을 지키기 어렵게 되자 22일 오전 무효표 1만여표에 대해서만 재검표를 실시하고 나머지 64만5000표에 대한 재검표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공화당의 반발을 사자 전면취소로 돌아섰다.

민주당의 윌리엄 데일리 선거본부장은 “최초 개표에 문제가 있어 재검표를 결정했으면 이를 완료하는 게 의무”라며 항소법원에 수작업 재검표 재개를 명령해줄 것을 긴급 청원했으나 기각당했다. 민주당은 주 대법원에 상고키로 결정했다.

▼입법부 개입 움직임과 득표현황▼

▽입법부 개입 움직임〓플로리다주 하원의 토머스 피니 의장(공화)은 “선거인단 선출 마감일인 다음달 12일까지 개표결과가 확정되지 않으면 주 의회가 선거인단을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새사노 주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주 상하원을 임시 소집해 의회가 선거인단 선출에 관여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 하원의 리처드 아미 공화당 원내총무도 “우리는 선거 결과가 적법하지 않다면 이의를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며 “부시 진영으로선 다음 단계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선거법에는 선거인단 선출일까지 선거인단 구성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주 의회가 선거인단을 선출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아메리카대의 앨런 리히트먼 교수는 “만일 입법부가 대선에 개입하면 미국은 진짜 헌정 위기에 직면케 될 것”이라며 “입법부의 개입은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고어 후보 역전 가능할까〓지금까지 수작업 중간집계 결과 고어 후보는 민주당 우세지역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만큼 표를 건지지 못했지만 무효표 인정여부에 따라 역전까지 노려볼 수 있다.22일 오전 팜비치 카운티는 531개 선거구중 420개의 수작업 재검표를 완료, 103개만 보고했으며 고어 후보가 2표를 더 득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로워드 카운티는 609개 선거구의 작업을 마쳤으며 고어 후보는 137표를 더 얻었다. 플로리다 최대 인구밀집지역인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에서 고어 후보는 614개 선거구중 135개에서 157표를 득표했지만 수작업 중단 결정으로 집계에는 포함되지 못하게 됐다. 결국 부시와의 표차는 종전 930표에서 796표가 됐다.

남은 변수는 지금까지 구멍이 뚫리지 않아 무효처리된 ‘보조개 표’에서 얼마나 많은 유효표를 얻어 막판뒤집기에 성공하느냐의 여부. 이런 무효표는 팜비치 약 1만표, 브로워드 최대 2000표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브로워드는 보조개 표를 대부분 유효 처리해왔기 때문에 팜비치의 보조개 표가 당락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어 후보측은 팜비치가 수작업 과정 초기 추후 검토를 위해 별도 분류한 724표의 보조개표중 499표가 고어표, 225표가 부시표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치영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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