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겉으론 "자제" 속으론 "불퇴전"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35분


23일은 미국 최대의 명절인 추수감사절.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평소 떨어져 지내는 가족 친지들과 모처럼 한데 모여 덕담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대통령선거를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다툼은 이날도 그치지 않았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는 이날 텍사스주 오스틴의 주지사 관저와 자신의 목장에서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보냈다.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도 워싱턴의 부통령 관저에서 가족과 지냈다.

▼관저동서 가족과 함께 지내▼

그러나 두 후보가 겉으론 아무 생각 없이 명절을 즐긴 것처럼 행동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피말리는 플로리다주의 표 싸움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참모들과 긴밀히 연락을 취하며 당선전략 마련에 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중에 이루어질 브로워드와 팜비치 카운티의 수작업 재검표 결과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만큼 개표에서 뒤진 고어 후보는 역전승을 거두기 위해, 부시 후보는 승리를 굳히기 위해 부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결과불복 또다른 소송 준비▼

고어 후보는 이날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 재개 명령을 내려달라는 민주당의 소송을 기각하자 변호인들과 숙의,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최종 개표 결과에 불복하는 또 다른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특히 선거운동본부 대변인을 통해 만일 플로리다에서 패배하더라도 이에 승복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는 등 ‘불퇴전’의 결의를 더욱 다지고 있다.

공화당이라고 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시 후보는 이날 “선거 이야기는 추수감사절에 국민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일 것”이라며 대선 상황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하지만 그의 참모들은 플로리다주 수작업 재검표에서 고어 후보가 역전승할 경우를 가정한 대책을 모색중이다.

▼주의회 실력행사 나설 태세▼

특히 플로리다주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빠르면 다음주 특별회기를 소집, 선거인단 선출일인 다음달 12일까지 개표 논란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 의회에서 대신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방안 등 ‘실력행사’에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이 같은 양당의 진흙탕 싸움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것은 사법부.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대법관들은 23일 민주당의 상고서를 집에서 팩스로 받아본 뒤 전화 회의를 통해 이를 기각했다. 워싱턴의 연방 대법원도 이날 쉬지 못하고 공화당의 소송에 관한 민주당의 변론서를 접수, 검토해야 했다.또 브로워드 카운티의 개표요원들과 보도진도 지루한 공방 때문에 명절을 반납한 채 피곤하게 하루를 보내야 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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