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공화-민주 불꽃튀는 공방전

《“계속 승자처럼 행동하자.”(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 “아직 지지 않았다.”(앨 고어 민주당 후보) 부시 후보의 현상유지와 고어 후보의 뒤집기 전략이 팽팽히 맞서면서 미국 대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여론도 한때 부시 편으로 기우는 듯했으나 고어가 27일 ‘계속 투쟁’을 선언한 이후 그의 패배인정에 대한 찬반의견이 49% 동률을 기록할 정도로 팽팽해졌다. 민주 공화 양당의 주장을 대표적 인물의 발언을 통해 소개한다. 》

▼밥 돌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파괴자 고어' 되려는가▼

앨고어 민주당 후보가 3주전 플로리다 개표 결과에 불복하고 재검표를 요구했을 때 그를 용감하고 진취적인 인물로 보는 시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그의 행동은 ‘파괴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무려 4차례에 걸친 플로리다 개표에서 모두 승리했다. 맨 처음 개표에서 승리한 것은 물론, 기계 재검표, 수작업 재검표, 해외부재자 투표에서 모두 고어 후보를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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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고어 후보에게 충분한 반전의 기회를 주었고 그는 이 모든 기회에서 패배했다. 이제는 고어 후보가 미국에 무엇인가를 돌려주어야 할 차례다. 명예롭게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지금 고어 후보가 미국에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을 가리는 작업이 대법원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21세기 최초의 미국 대통령을 뽑는 작업이 21세기 최대의 법정 드라마로 ‘변질’된 것이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 후보가 선거 결과에 대한 공식 인증에 불복한 경우는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다. 60년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와 76년 제럴드 포드 공화당 후보는 간발의 차이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이들은 국가의 이익이 자신의 이익보다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명예롭게 패배를 인정했다.

76년 본인은 포드의 부통령 후보로 지미 카터―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와 격돌했다. 당시 포드 후보는 일부 주(州)에서 매우 근소한 표 차로 카터―먼데일 후보에게 패배했다. 당시 포드 후보는 투표 결과에 불복하라는 수많은 ‘유혹’을 받았으나 이를 물리쳤다. 승자로 공식 인정된 부시 후보는 앞으로 4년간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반면 고어 후보가 미국을 위해 봉사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27일 뉴욕타임스 기고)

▼리처드 게파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대법이 진실 가려줄 것▼

미국 대통령 선거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1차 논란이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를 가리는 작업이었다면 현재 이어지는 ‘불복’ 논란은 공식 인증된 선거 결과가 과연 정확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치열한 선거였다. 그리고 플로리다 사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지 않는 한 아직 미국 대선은 끝나지 않았다.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전체 유권자 득표수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를 30만표 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26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고어 후보는 3명의 선거인단만을 추가 확보하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하게 된다.

플로리다주 개표는 수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3명의 선거인단 확보를 눈앞에 둔 고어 후보는 투표용지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정확하게 제기했다. 플로리다 개표를 둘러싼 논란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어 후보의 ‘억지’가 아니다. 이같은 논란은 단지 이번 선거뿐만 아니라 앞으로 미국 선거제도의 개혁을 위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고어 후보는 대법원의 판결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이 있기까지 앞으로 일주일 정도 미국인들은 충분히 기다릴 용의가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플로리다 논란이 수습되지 않는다면 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할는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는 주장이다. 그러나 입법부가 선거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못하며 헌법에도 위배된다. 미국 헌법은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화당의 당파적 이해를 위해 하원의 대통령 선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가뜩이나 불안한 미국의 정치 상황을 더욱 혼란하게 만들뿐이다.(26일 CBS 방송 대담프로에서)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