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8일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전면적인 무효표 재검표 판결로 극적인 역전의 실마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가 9일 연방 대법원이 이를 중단시키는 바람에 다시 결정타를 맞았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의 ‘신승(辛勝)’이 다소 유력해 보이나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과 사법부마저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도대체 언제, 누구의 당선으로 막을 내릴지 단언키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 변화에 따른 주요 변수를 토대로 안개 속에 싸인 미 대선의 예상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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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적 해결〓11일 심리(한국시간 12일 새벽)가 예정된 연방 대법원이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고어 후보가 승복할 경우 부시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다.
그러나 고어 후보측이 이에 반발해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대선 다툼은 법정 공방에서 정쟁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연방 대법원이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을 합법적이라고 인정해 고어 후보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고어 진영은 시간 때문에 피를 말릴 것으로 보인다.
각 주는 18일 선거인단의 대선 투표에 앞서 12일까지 선거인단을 확정해야 하므로 수작업 재개표 결과를 반영한 플로리다주 선거인단을 이때까지 확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
60년 대선 때는 하와이주가 당초 승자로 선언했던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 대신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후보를 승자로 바꿔 선거인단 선출 마감일에서 열흘이 지난 뒤 최종 선거인단 명부를 연방 의회에 보고했다. 이런 전례가 있지만 양측의 감정 싸움으로 번진 이번 대선에서는 정치적 양해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플로리다주 의회의 움직임〓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플로리다주 의회는 12일까지 법정 논란이 정리되지 않을 경우 13일 부시 후보에게 유리한 선거인단의 선출을 강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에 의사진행 방해로 맞서다가 표결에서 질 경우 연방대법원에 선거인단 선출 취소 요구 소송을 제기해 다시 지루한 법정 공방이 꼬리를 물 것으로 보인다.
▽연방 의회의 개입〓양당의 다툼은 선거인단의 명부와 투표 결과를 인증하기 위해 다음달 5일 소집되는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로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의석 분포는 하원(435석)이 공화 221석 민주 212석 무소속 2석이고, 상원(100석)은 양당이 50석으로 동수. 따라서 하원에서는 부시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나 상원이 문제다.
논리적으론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고어 부통령이 가부 동수일 경우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므로 자신의 승리를 확정할 수 있다.
그러나 상하원의 인증 결과가 다를 경우엔 플로리다주의 선거인단이 무효가 돼 플로리다 주를 뺀 나머지 주만으로 차기 대통령을 확정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 때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연방 대법원.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플로리다의 25명을 뺀 513명을 기준으로 할 경우 당선에 필요한 과반수는 257명. 이 경우 현재 267명을 확보한 고어 후보가 당선된다. 반면 538명의 과반수인 270명을 기준으로 하면 두 후보 모두 기준 미달로 공은 다시 하원으로 넘어간다. 하원은 이 경우 각 주에 1표의 투표권을 주게 되므로 50개주 중 28개주를 장악한 부시 후보가 이기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시나리오는 여론의 향배와 양당의 투쟁전략 등 예상하기 힘든 돌출변수에 따라 유동적인 흐름을 탈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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