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와 논리의 한판 승부’인 미국 대통령 선거 TV 1차 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이 토론장 설치와 토론 절차 등에 관한 32쪽짜리 합의각서를 지난달 29일 마련했다.
우선 후보들의 앞에 놓일 연단의 높이가 정해졌다. 연단이 너무 낮으면 키가 190cm인 민주당 존 케리 후보에게 불리하고 너무 높으면 키 177cm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어색하다. 두 후보 진영은 연단의 높이를 1.27m로 합의했다. 메모지도 같은 것을 사용하기로 했다. 서로 돋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후보간 거리는 3m로 정해졌다. 너무 가까우면 신장의 차이가 돋보이고 너무 멀면 토론의 박진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토론 절차도 합의됐다. 부시 대통령은 외교 안보 분야를 1차 토론회에서 다룰 것과 후보 간 질문을 금지토록 할 것을 주장해 케리 후보측의 동의를 얻어냈다. 대신 케리 후보측은 2분간의 답변, 90초간의 반박, 1분간의 정리 답변 등 충분한 토론 기회를 보장받았다.
양측 후보 진영은 또 생중계할 카메라 수를 제한하고 한 후보가 답변할 때 상대 후보를 화면에 비추지 말아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의 ABC NBC CBS 등 주요 방송사들은 이를 ‘언론에 대한 규제’라며 거부하고 있다. 토론을 중계할 폭스TV의 폴 슈어 대변인은 “언론은 외부의 규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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