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명의 미국인이 시청한 TV 토론이 끝난 뒤 케리 후보는 ‘대통령보다 더 대통령 같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 투표에서 얼마나 표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에 대한 또 다른 9·11테러를 부시 대통령보다 더 잘 막을 수 있다고 믿습니까.”
케리 후보에게 던져진 첫 질문이었다. 발언 시간은 2분.
“예, 믿습니다.” 케리 후보의 답변은 단호했다. 그는 이날 토론에서 이라크전에 대한 입장을 자주 바꿨다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애썼다.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는 미국이 세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바꿔놓았다”면서 케리 후보의 전시 지도자로서의 자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을 반복했다.
▽토론 스타일=케리 후보의 붉은 넥타이와 부시 대통령의 푸른 넥타이만큼이나 대조적이었다. 케리 후보는 시종일관 곧은 자세로 TV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 채 분명한 어조로 논리를 전개했다.
이에 비해 눌변인 부시 대통령은 연설대 위에 상체를 구부린 자세로 자주 말을 더듬었고 케리 후보보다 더 긴장한 표정이었다.
두 후보 모두 다양한 제스처를 구사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케리 후보가 자신을 공격하는 발언을 하는 동안 입을 굳게 다문 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긴장하긴 마찬가지였으나 대학시절부터 다양한 토론 경험을 쌓았고 20년에 걸친 상원의원 생활로 토론이 생활의 일부가 된 케리 후보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보였다.
▽평가=전체적인 평가는 케리 후보의 우세승. 토론 직후 CNN과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케리 후보가 53 대 37로 토론을 더 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ABC TV 인터넷 투표에서도 45 대 36으로 케리 후보 우세.
그러나 ABC가 TV 시청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토론 전 부시 대통령 대 케리 후보가 50 대 46에서 토론 후 51 대 47로 큰 변화가 없었다.
스티븐 헤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투표할 후보를 바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서로를 상쇄시켰다”고 평가했다.
▽토론장 안팎 표정=90분에 걸친 열띤 토론이 끝난 뒤 부시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온 부인 로라 여사와 쌍둥이 딸을 포옹한 뒤 방청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케리 후보는 혼자 연단에 올라온 부인 테레사 하인즈 여사의 격려를 받았다.
이날 토론장 밖에는 수백명이 몰려와 “토론할게 뭐 있나. 부시는 거짓말을 했다. 그를 해고하라”는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시내 곳곳에는 ‘부시를 지지하는 쿠바인’ 등의 글이 적힌 침대 시트를 뒤집어쓰고 다니는 부시 대통령 지지자들도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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