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조지 W 부시 후보가 득표에서는 지더라도 선거인단 수에서 이긴다면 그는 합법적인 승리자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 선거방식이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 과감히 이를 폐기해 버리고 직접 선거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잘 알려졌듯이 선거인단 선거 방식은 미 합중국을 건설할 초창기, 특정 그룹 즉 남부 백인에게 유리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1787년 필라델피아에서 헌법이 기초될 당시 펜실베이니아 대표 제임스 윌슨은 직접선거에 의한 대통령 선출을 제안했다. 그러나 노예제도를 유지하고 있던 버지니아 대표 제임스 매디슨은 유권자 한 사람에게 1표의 투표권을 주는 직접선거 방식이 북부에 비해 인구가 적은 남부에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이를 반대했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도 유권자들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 선거인단을 선출해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간접선거 방식의 전통이 내려오게 된 것이다.
이 제도는 또한 같은 백인 중에서도 남녀를 차별하고 있다. 직접선거에서는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면 자연 그 세력이 배가된다. 그러나 선거인단 선출방식에서는 그 대표수(선거인단)가 이미 고정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여성에게 투표권을 준다 해도 그 정치적 세력이 증가하지 않는다. 초기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데 장애가 된 제도였음이 분명하다.
2000년 선거로 다시 돌아와 보자. 투표결과는 앨 고어 후보가 득표수에서는 이기고도 선거인단 수에서는 질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개표결과 역시 이 제도가 남부 그리고 남자에게 비중을 둔 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부시 후보에 비해 고어 후보는 흑인 및 여성들에게서 더 많은 득표를 했음이 드러났다.
이렇듯 불공평한 선거인단 제도를 앞으로도 계속 고수해야 하는가.
이 제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연방주의’를 내세운다. 대통령 후보는 각기 다른 주의 지역적 특성과 이해를 고려하여 연방을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각 주의 개인들의 이해는 주를 단위로 대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치제도 아래에서 대통령 후보들은 각 주의 이해에 따라 정책을 내놓는 것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인구 구성 즉 남녀 또는 노소에 따라 대응을 달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편리하다. 또 직접선거 방식이라도 지역적 이해를 고려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동부와 중부 또는 남부의 차이를 배려해 정책을 입안할 수도 있다. 직접선거 제도를 택하면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투표율도 높아질 것이다.
미 합중국 건설 초기 지도자들은 대체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연방정부와 주정부를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발전된 사회를 위해서는 직접선거제도를 택하는 것이 그들이 갈망하던 민주주의 개념에도 부합된다.
(http://www.nytimes.com/2000/11/09/opinion/09AMAR.html)
아킬 리드 아마르(예일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