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토머스 프리드먼/美외교 강경만이 능사 아니다

  • 입력 2001년 2월 14일 07시 15분


미국에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이 됐지만 새 정부의 외교정책을 듣고 있노라면 벌써부터 지겹다는 느낌이 든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오로지 하나, ‘별들의 전쟁’과도 같은 미사일 방어망 구축계획에만 집착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주 상원 정보위원회 증언에서 ‘보이지 않는 적’들에 대해 말했다. ‘세계적으로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요소’라고 이름 붙여진 테닛의 증언은 다음과 같이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방금이라도 불이 붙을 것만 같은 두 가지 새로운 세력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하나는 현대화에 실패한 국가들이다. 특히 실업자 등 불만에 가득찬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또 하나는 새로운 정보기술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첨단 정보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적들은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고도 맨해튼 근처에서 핵 박격포를 날릴 수 있게 됐다.’

테닛의 증언 내용을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은 영화 ‘13일(Thirteen Days)’을 보는 것이다. 이는 쿠바 미사일 위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리고 나서 지난해 일어났던 ‘러브 바이러스’ 사태를 돌이켜 보면 된다. ‘러브 바이러스’는 불과 24시간 안에 전세계적으로 1000만대의 컴퓨터에 저장된 100억달러 상당의 데이터를 ‘뭉개버린’ 컴퓨터 바이러스였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냉전체제, 러브 바이러스는 세계화체제와 관련돼 있다. 또 쿠바 미사일 위기가 두 개의 초강대국 사이에 ‘분열된 세계’를 상징한다면 러브 바이러스는 ‘연결되고 접속돼 있는 세계’를 보여준다. ‘냉전시대’가 이성을 가진 두 개의 초강대국이 겨루는 2인용 게임이었다면 ‘러브 바이러스 시대’는 비이성적인 다수가 등장하는 멀티 플레이어 게임이다.

비이성적 다수가 널려 있는 지금 세상에서 미사일 방어망이 어쩌면 미국을 보호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온전하고 충분한 방법이 아니다. 이 새로운 세계를 운영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불행하게도 부시 행정부가 가장 싫어하는 외교정책 가운데 있다. 바로 국가 건설(Nation―building)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것. 가상의 적으로 분류한 국가들의 경제적 구조조정 등을 도와 그들을 ‘불량 국가’가 아닌 ‘단정한 국가’ ‘부패가 없는 국가’의 자리에 돌려놓는 일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국가 건설’을 지원하는 일은 물론 아주 제한적인 분야에 조심스러운 방법으로 전개돼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서 자극도 하지 말아야 된다는 말은 아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폭격을 받는 것보다 훨씬 빨리 ‘성난 사람들로 가득찬’ 실패 국가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가 건설 지원’은 더욱 중요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주 외교정책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할 예정이다. 이번 기회가 부시 대통령이 비록 아버지의 외교 참모들과 함께 일하지만 정책만큼은 다르게 만들어 가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그는 분명히 ‘아버지의 시대’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http://www.nytimes.com/2001/02/13/opinion/13FRIE.html)

필자〓토머스 프리드먼(NY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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