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일본경제의 거품이 터졌을 때 미국은 숨을 죽였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일본 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는 경우 세계시장도 그 뒤를 따라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상황은 그렇게까지 악화되지 않았다. 아주 특별한 요인들이 작용한 덕분이었다.
우선 미국은 강력한 경제 확장기에 접어들고 있었고, 유럽 경제는 새로운 공동통화의 도입과 규제철폐의 덕분에 활황을 향해 상승하고 있었다. 또 멕시코 인도 중국 등 여러 나라들이 자국의 경제를 해외에 개방함으로써 그 과실을 거둬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경제 상황은 1990년대 초와 뚜렷하게 구분된다. 미국은 경기침체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유럽의 성장속도가 둔화되었으며, 대부분의 개도국 시장은 취약하다.
일본 경제가 수축하면 미국의 수출 역시 감소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중요기업들의 수익은 감소할 것이고, 이로 인해 이 기업들의 주가는 더 떨어질 것이다.
현재 가장 커다란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이미 악성채무 때문에 질식할 지경인 일본의 은행 시스템이다. 일본 은행들이 준비금 대부분을 주식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데 주가지수는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만약 일부 일본 은행들이 지불불능 상태에 빠진다면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은행들도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일본 기업들도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어 은행과 함께 추락할 것이다. 최근 일본정부는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한심한 정책실패 기록을 떠올리면 일본정부가 이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약 일본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면 일본인들이 해외에 투자했던 돈을 회수해갈지도 모른다. 현재 일본인들은 약 3500억달러 상당의 미국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또 일본 기업들은 미국에 약 1500억달러의 직접 투자를 하고 있으며 55만명 이상의 미국인들을 고용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미국에 있는 해외자산을 팔아치운다면 미국 경제는 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일본인들이 달러를 엔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달러가 약해져서 미국 경제에 필수적인 수입품의 가격이 상승하게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를 구하기 위한 금리인하 조치가 달러의 약세를 더욱 부채질해서 오히려 유럽인이나 남미인들의 대미투자를 방해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달러의 가치가 급격하게 추락하는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심지어 일시적으로 인상하는 방법까지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물론 모든 소비자와 투자자, 고용주와 고용인이 바라는 바가 결코 아니다.
(http://www.nytimes.com/2001/03/18/opinion/18GART.html)
▽필자〓제프리 E 가튼(예일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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