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밀한 투자 계획이나 수요 예측, 시장의 특성 파악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무작정 중국에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프랑스 자동차 메이커 푸조는 85년 ‘광저우(廣州) 푸조’를 설립했다. 한해 5만대 이상의 승용차를 생산해 중국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게 당초 목표였다. 하지만 95년 12월 적자만 안고 완전 철수하고 말았다.
수요 예측을 잘못한 탓이었다. 공장 설립 당시 중국인들이 승용차를 살 만한 구매력이 없었고, 소득수준이 높아지길 기다리기에는 추가 투자의 여력이 없었던 것. 중국 국내 자동차 업체의 저가 공세도 채산을 악화시키는 요인이었다.
폐쇄 직전에는 공장 가동률이 25%까지 떨어졌다. 결국 3억6000만위안(元·약 4500억원)의 적자만 남겼다.
홍콩 의류제조 및 소매업체인 ‘조르다노’는 90년대 초 광저우 번화가에 복층 의류 전용매장 ‘메가스토어’를 열었다. 중국 고객도 미국 등 서방 고객처럼 널찍한 매장을 선호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반응은 정반대였다. 넓고 썰렁한 매장이 정이 가지 않는다며 고객이 외면했고 매장은 잡담하는 판매원들로만 가득찼다.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시장의 특성을 잘못 판단했던 것.
중국이 지난해 실시한 이동통신 회선 입찰은 외국업체의 과다 출혈경쟁으로 중국시장이 자칫 ‘속빈 강정’이 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
입찰에 참여한 한 한국업체는 ‘중국시장의 장래’를 보고 원가로 입찰했다. 그러나 낙찰받은 외국업체의 응찰가격은 원가의 70% 수준이었다.
중국이 외자 유치에 적극적이고 온갖 세제 혜택 등을 주고있는 듯 하지만 ‘뒤통수’를 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환경 과징금.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만들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어느날 환경담당 공무원이 찾아와 온갖 규정을 들이대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과징금을 매긴다는 것. 이 때문에 공장 시설을 과징금으로 ‘대납(代納)’하고 회사를 뺏기다시피 철수한 업체도 없지 않다. 외국기업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이 관계가 좋을 때는 이런저런 규제 조항들을 말하지 않다가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부닥치면 온갖 규제들을 들이대며 ‘중앙 정부의 지시라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몰아 붙인다”라고 털어놓는다.
심지어 외국기업의 사장이나 임원 등의 ‘개인 비리’까지 수집해두었다가 협상할 때 ‘압박용’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고 이들은 귀띔한다.
황유성기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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