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차이나 리포트-8]선진국 진입 발목잡는 ‘가짜 경제’

  • 입력 2002년 2월 14일 17시 45분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역 뒷골목 난팡중뺘오청(南方鐘表城) 시계전문상가. 300여곳의 점포마다 세계 유명시계가 줄줄이 진열돼 있다. 롤렉스 오메가 라도 론진 구치 카르티에…. 시계 뒷면엔 ‘스위스 메이드’라는 원산지 표시가 선명하다. 그러나 이들 시계는 모두 가짜다. 가격도 100∼900위안(약 1만5800∼14만2200원)으로 진품의 10분의 1 수준이다. 광저우역 부근에만 이런 규모의 가짜 시계전문상가가 5,6개나 있다. 시계 뿐만 아니다. 광저우시 바이윈(白雲)구 산위앤(山元)리 이선피쥐청(w森皮具城) 피혁상가엔 구치, 버버리 등의 상표를 단 모조 핸드백, 지갑, 구두, 허리띠 등이 수두룩하다. 대부분 30∼70위안으로 진짜의 8∼10분의 1 밖에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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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의 싱파광창(興發廣場)엔 가짜 외제 샴푸와 화장품 등이 널려있고 맞은 편 이파광창(怡發廣場)엔 가짜 CD, DVD 등이 즐비하다. 광저우 시내서 가짜를 팔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전국이 모조품 시장〓모조품 매매는 중국 전역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1000여 점포가 빼곡이 들어선 베이징(北京)의 슈수이(秀水)시장에서는 게스 청바지, 루이뷔통 가방, 롤렉스 시계, 나이키 신발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유명상표를 모두 찾을 수 있다. 진품만 파는 베이징의 국영상점 옌샤(燕莎)에서 1만4500위안인 롤렉스 시계는 280위안, 800위안인 나이키 신발은 100위안에 팔린다. ‘가짜 시장’으로 유명한 이 곳은 최근 외국인들까지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가짜 제품은 재래시장은 물론 진품만 파는 것으로 알려진 대형 백화점에도 있다.

지난해 11월초 중국 공상(工商)국과 공안(公安)국 등이 공동으로 베이징 시내 100개 대형 백화점 및 전문매장을 조사한 결과 옌사와 신졔커우(新街口) 백화점 등 단 3곳 만을 제외한 모든 매장에서 가짜 제품이 적발됐다. 상품을 믿고 살 만한 곳이 없는 셈이다.

베이징에 주재하는 한 한국 상사원은 “전세계 가짜 상품의 4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다”며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모조품 공장’”이라고 말했다.


▽일주일이면 ‘뚝딱’〓중국인의 모조품 제조 능력은 가히 천부적이다. 중국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면 일주일이 채 안돼 모조품이 나온다는 게 현지 상사원들의 푸념이다.

진품보다 모조품이 먼저 중국시장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 가장 고가에 팔리는 삼성애니콜의 최신형 모델은 중국에 수출하기도 전에 광저우의 이파광창에서 모조품이 팔리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몰래 들여와 베낀 것.

▽품질과 성능이 수준급인 가짜도〓가짜라고 해서 모두 품질이 형편없는 것은 아니다. 진품에 못지 않은 것이 많다.

5년여 동안 선진국 가죽제품만 수입해 팔아온 조선족 손모씨(38)는 최근 광저우의 재래시장에서 280위안짜리 루이뷔통 모조 가방을 보고 깜짝 놀랐다. 4000위안 이상 나가는 진품보다 바느질이나 무두질 상태가 오히려 나았기 때문.

진짜보다 더 많이 팔리는 가짜 핸드폰도 성능은 별 차이 없다고 현지 상사원들은 전한다.

▽양화가 악화를 구축?〓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만 유독 값싸게 팔리는 진품들이 많다. 원제품의 가격을 내려 가짜를 시장에서 몰아내려는 전략이다.

한국에서 4만원을 호가하는 DVD가 중국에서는 100위안(약 1만5800원)에 팔린다. 8∼10위안에 불과한 가짜를 축출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중국에서 인기 높은 스타크래프트 게임기도 한국에서는 3∼4만원에 이르지만 중국에서는 70∼80위안(약 1만2000원)만 받는다. 게임 소프트웨어들도 마찬가지다.

▽외국 압력과 눈가림 단속〓중국 당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2000년부터 대대적으로 모조 상품을 단속했다. 베이징시는 2000년 말 대표적인 가짜 시장이었던 산리툰(三里屯)시장을 아예 폐쇄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지적재산권 보호 압력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단속은 여전히 ‘눈가림식’이다. 단속 경찰이 뜨면 국산품이나 미리 준비한 진품으로 바꿔 전시한다. 경찰만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가짜를 내놓는다.

대한상공회의소 한중민간경제협의회 구성진(具星鎭) 베이징 사무소장은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중국 고유의 브랜드 개발이 시급하다”며 “중국의 모조품 문제는 선진국 업체의 이익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짜에도 韓流열풍▼

중국의 가짜 시장에도 ‘한류(韓流)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가수 탤런트 등 연예인들을 통해 형성된 한류 바람이 한국제품 선호 경향으로 이어지면서 가짜 한국 상품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

가장 대표적인 피해업체는 영국 울시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골프웨어를 생산하는 의류업체 (주)하이파이브. 울시는 중국 의류분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외제 브랜드. 한국 의류메이커로는 유일하게 중국의 최고급 국영상점 옌샤(燕莎)백화점에 매장을 갖고 있다.

T셔츠, 점퍼, 바지 등 옌샤 백화점에서 팔리는 울시의 가격은 1400∼1만4500위안(약 22만1200∼229만1000원). 울시의 인기가 높아지자 몇년 전부터 100∼200위안대의 가짜 울시가 시장을 휩쓸고 있다. 회사측은 중국 당국에 거듭 단속을 요청했지만 효과는 별로다.

성능이 뛰어나고 외양이 예쁜 삼성전자의 애니콜 핸드폰도 마찬가지. SCH-A100 등 삼성애니콜 모델들은 중국 시장에 내놓기 무섭게 모조품이 나온다. H광학의 안경렌즈나 R사의 시계 등도 가짜 상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법 복제가 손쉬운 소프트웨어 제품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거의 모든 제품이 가짜일 정도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김희선 안재욱 등이 표지모델로 나온 CD나 DVD, 비디오테입 등은 불법 복제상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들이다. 한류 열풍을 겨냥해 상인들은 불법 복제품을 눈에 잘 띄는 매장 앞자리에 진열해놓고 있다.

모조품이 난무하다 보니 황당한 제품 설명서도 많다. 아이섀도우를 눈썹그리개라고 북한식으로 표기하거나 아예 표기 자체가 어법에 맞지 않는 것도 있다. 이들 화장품은 중국 뿐만 아니라 중동이나 러시아 등지로 수출되기도 한다는게 광저우(廣州) 상인들의 말이다.

▼가짜도 지역별‘특화’▼

중국의 가짜 상품은 지역마다 ‘특산품’이 있다.

물론 가짜 천국은 남부의 광둥(廣東)성이다. 광둥성에서는 가죽 제품부터 시계, 컴퓨터, 핸드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가짜가 생산된다. 생산량도 엄청나다. 특히 가짜 시계는 전세계의 60∼70%가 이 곳에서 생산된다.

광저우(廣州)엔 이런 가짜상품을 파는 도매상가들이 발달돼 있다. 광저우 근교 판위(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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