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차이나 리포트<11>]中전문가가 본 개방의 현주소

  • 입력 2002년 3월 14일 18시 56분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후 계획경제를 주창하는 중국 보수파의 목소리는 대다수 중국인의 외면을 받았다. 대신 중국인들은 20여년간 진행된 자본주의 실험과정을 다양한 축재 기회로 반겼다. 그러나 최근 다국적 기업의 중국시장 공략이 노골화하고 불균등 성장의 ‘그늘’인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등이 사회문제로 비화하면서 기존 발전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신보수주의적’ 기류는 지난해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토착기업의 위기론과 맞물려 더욱 세를 얻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중국취재팀은 중국내 저명 경제학자 3명을 개별적으로 만나 이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주제별 대담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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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가입의 영향▼

▽장웨이잉〓중국은 이제 해외자본에 더욱 매력있는 시장이 됐으며 자체 제도와 법규도 더욱 투명해지고 예측 가능해질 것이다. 그만큼 중국 기업에 대한 도전도 거세질 것이다.

중국 경제의 경쟁력이 20년은 유지되겠지만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기껏 3∼5년에 불과하다. 제조업 경쟁력은 대단하지만 주로 저가품에 집중돼 있다. 자동차 등 고가품은 매우 취약하다. 비판자들은 국유기업이 무너진다고 걱정하지만 어차피 무너질 기업들은 WTO에 가입하지 않아도 무너지게 돼있다.

▽한더치앙〓중국은 개혁·개방 20여년 동안 3단계에 걸쳐 WTO 가입을 준비해왔다. 개방 초기엔 산업 보호조치가 많았다. 국민의 소비와 투자 열기가 높았고 투자비를 건지기도 쉬웠다. 2단계인 1989년 들어 과잉투자로 침체가 예고되자 정부는 92년부터 외국기업 투자를 늘려 침체를 극복하려 했다. 이때부터 외국자본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유기업 임직원은 10년전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고 무역의존도는 미국보다 높은 46%수준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더욱 과감한 개방을 택했지만 이는 외세에 의한 구조조정을 불러올 뿐이다.

▼금융 부실▼

▽장〓정부는 4대 국유 은행 산하에 4개의 자산관리공사를 세워 부실청소에 나섰지만 솔직히 해결이 쉽지 않다. 기업들이 은행 빚을 갚아야 한다는 인식이 별로 없어 국유기업 대출은 떼인다고 봐야 한다. 국유기업이 사라지지 않는한 금융 부실은 제거되지 않는다. 이 문제는 결국 WTO 가입 등 시장 개방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한〓심각한 부실채권을 해소하려면 중국 기업들이 이익을 많이 내도록 도와줘야 한다. 취약한 4대 은행이 장사할 수 있었던 것은 금리가 낮은 데도 달리 돈을 맡길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은행들이 인민폐(중국 돈) 영업을 시작하면 전체 예금의 80%를 가진 20%의 큰 손들이 그 쪽으로 몰려갈 것이다. 중국 은행들의 몰락은 시간 문제다.

▽루이밍제〓중국에서 가장 큰 국유은행인 공상은행이 최근 핵심 간부들을 푸단(福旦)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에 입교시켰는데 우리는 이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고객중심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 부실채권 추계가 서로 다른 것은 통계기준의 차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국은행들은 6개월 이상 연체하면 부실채권으로 간주하지만 중국은행들은 ‘기업이 살아있는 한’ 그렇게 처리하지 않는다.

▼국유기업 개혁▼

▽장〓금융부실은 기업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국유기업의 개혁이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반발을 무릅쓰고 비교우위를 살리는 쪽으로 가야한다. 비교우위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정부가 개입해 비교우위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호론자들은 기업의 국적을 문제삼지만 중국과 외국기업의 경계는 어차피 흐려지게 돼있다. 만일 한국의 삼성 중국본사가 자회사를 설립한다면 이를 어느 국적이라고 말하겠는가.

▽한〓국유기업을 외국자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다. 세금정책만 봐도 외자를 유치한다면서 국내기업보다 유리한 세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역차별이다. 자유무역이 모든 것을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환상이다. 무역이란 잘사는 사람끼리 해야 서로 이익이 된다.

▽루이〓국유기업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경영제도가 취약하고 과잉인력을 둔 탓에 이익을 못내고 있는데 단기적인 인원삭감 외에 장기적으로는 민영화 등으로 경영 주체를 다양하게 해야한다.

▼경제의 질적 전환▼

▽장〓한국이 경제의 질적 전환이 더뎠던 것은 기술적 경쟁우위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외국 첨단기업을 끌어들여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비교우위의 기초인 노동력 공급에 한계가 생길 수 밖에 없어 문제다. 나는 중국경제의 질적 전환을 위해선 브랜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본다.

▽루이〓하드웨어는 성장하면서 곧바로 만들 수 있지만 국민의 가치관과 법, 제도 등 소프트웨어는 다단계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하더라도 중국의 앞날을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상하이 인근 저장(浙江)성은 원래 경제력 규모에서 중간 서열이었으나 민간경제가 융성하면서 3위권으로 컸다. 기업개혁이 안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좀더 넓게 보면 그런대로 굴러간다.

▽한〓경제 발전에 따른 부패는 중국 전역에서 나타나는 고질병이다. 이는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산물이다. 1950년대 중국은 나쁜 인간을 교화시킬 수 있었지만 90년대 중국은 착한 사람까지 나쁘게 물들고 있다. 자기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가를 깨닫는다면 부패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

▽장〓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의 경험은 ‘국가가 관리하는 경제발전은 성공할 수 없다’는 사례로 해석된다. 대우그룹이 1원의 이익을 얻기위해 국민이 2원 어치의 희생을 강요당했을 수 있다. 단기간의 대기업 육성으로 국민적 자부심은 생길 수 있을지 몰라도 경제적 효과는 장기간 지탱할 수 없다.

▽한〓한국경제와 기업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너도나도 인력감원을 요구한다고 들었다.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려는 제너럴모터스도 감원을 요구했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될 때 국적을 따지지 않았다. 그 바람에 성장의 과실이 외국자본에 넘어갔다.

▼만나본 학자▼

◆장웨이잉(張維迎) 교수

△1959년 1월 中 산시(陝西)성 출생

△中 시안(西安) 베이시(北西)대 졸, 국가청년경제학 논문상 수상

△英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

△현재 베이징(北京)대 경제연구중심 경제학 교수, 중국경제무역위원회 기업과 자문관

△저서 ’이중가격제 개혁’ ’자본주의로 가는 길’ 등

◆한더창(韓德强) 연구원

△1967년 中 저쟝(浙江)성 출생

△中 런민(人民)대 경제학박사

△현 베이징항공대 경영대학원 부연구원

△저서 ‘세계화는 유일한 대안인가’ ‘13억의 충돌’ 등

◆루이밍제(芮明杰) 교수

△1954년 中 장쑤(江蘇)성 출생

△화둥(華東)사범대 졸업

△상하이(上海) 푸단(福旦)대 경제학박사

△현재 푸단대 기업관리과 주임교수, 민족경제관리학회이사

△저서 ‘제도 변천하의 국유기업 개혁’ 등.

<특별취재팀> 국제부〓황유성 차장,이종환 베이징특파원,이영이 도쿄특파원,하종대 기자, 경제부〓박래정·구자룡기자

▼“경영을 배우자” MBA 열풍▼

시장경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중국에서 최근 경영학 석사(MBA) 붐이 불고 있다.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첨단 경영이론으로 무장한 참신한 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 불과 5, 6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내에서 MBA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 등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유학파들이었으나 최근에는 MBA 과정을 개설하는 대학과 인원이 급증해 ‘토종 MBA’가 늘고 있다.

중국에서 MBA 과정이 처음 개설된 대학은 1991년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 등 9개 대학에 모집 인원은 고작 86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MBA 과정을 개설한 대학은 전국 27개성과 자치구 직할시의 62개 대학으로 늘었고 모집 인원도 1만2170여명이나 된다. 지난해 말까지 중국 국내 대학에서 MBA 과정을 마친 사람만 해도 줄잡아 5만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MBA 출신자들은 월등히 높은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베이징대나 칭화대 등 유명 대학을 선호하는 것은 물론 MBA 과정이 개설되어 있으면 대학을 낮춰 지원하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 큰 서점에는 반드시 MBA 지망생을 위한 서적코너를 둘 정도. 칭화대의 경우 대학 구내서점 입구의 가장 목이 좋은 곳에 MBA 관련 책들이 진열돼 있다.

최근 홍콩 경제일보가 중국의 한 경제조사기관의 조사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MBA 출신들의 연봉이 석사는 물론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MBA 출신자들의 연평균 임금(기본급 기준)은 8만2760위안(元·미화 1만7달러)로 박사 학위자 6만2132위안(7513달러), 석사 학위자 6만1829위안(7476달러)보다 크게 높았으며 학사 학위자 4만3680위안 보다는 2배 가량 많았다.

중국 당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후 MBA 출신 수요인력을 3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어 중국에서 MBA 출신자들의 몸값은 상당 기간 상종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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