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간 세계 경제의 극심한 동반 하향조정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한국의 많은 직장인, 주부, 기업인들에게 이는 안도감을 주는 좋은 뉴스일 것이다. 하지만 희비가 엇갈리는 한국 증시의 등락과 증시 예측의 가변성을 꾸준히 지켜본 사람들은 안도와 더불어 “또 언제 변할까” 하는 일말의 걱정도 있을 성싶다. 불안 순위 1위는 아마 일본의 계속되는 불황과 엔화 약세일 것이고, 거의 연례행사같은 개도국의 금융대란도 불안 10대 순위에 포함될 것이다. 악화되는 중동사태는 미국의 대 테러전과 맞물려 향후 원유가 등락에 막대한 불안정을 추가할 것이고, 미국 금리의 인상폭과 시점에 또 많은 한국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하지만 금융의 국제화와 세계의 지구촌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므로 한국의 투자자들이나 기업인들은 실물과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해외변수의 가부(可否)를 탓하기보다는 이에 대한 능동적 대처가 더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들리는 것만큼 어렵거나 추상적인 게 아니다.
첫째, 무엇보다도 국제뉴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나름대로 그 의미를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있고 국제정보가 빠르게 공개되는 추세이므로 이는 갈수록 쉬워진다. 정부와 대기업연구소의 해외 분석자료를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둘째, 보다 적극적인 대처로는 해외금융투자가 한 방법일 수 있다. 섣불리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해외금융투자는 위험천만한 것이지만, 금융자산의 위험분산과 금융투자상품의 다양성 증대라는 측면에서 해외금융투자의 확대는 장기적 대세일 수밖에 없다. 이의 성공적인 저변 확대는 국부의 확대생산과 보전에 필수적이다.
해외금융투자는 무조건 기피하거나 선호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일정 분량의 투자자산을 그 위험성과 수익률 배합을 고려해 안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의 증시나 부동산의 단기전망이 좋아진다고 해서 모든 자산을 국내 자산에 몰아넣는 것이라든지, 국내투자에서의 손실은 해외투자에서의 손실보다 더 관대하게 인식되는 한국 금융계의 관행은 철저한 합리성과 투자수익률에 기초한 선진국의 금융투자 실태에 비추어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다.
또한 해외금융투자를 선진국 대 신흥국으로 구분하는 것은 금융투자이론에 상치될 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계 추세에도 맞지 않는 것으로 지양되어야 한다. 국내나 선진국 자산은 안전하고 신흥시장의 자산은 더 위험하다는 단편적인 사고방식의 투자기관들은 지난 2년 간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반면, 필자가 런던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많은 투자펀드들은 선진국 주식시장을 기피하고 현금과 신흥국 우량채권 위주로 지난 2년 간 자산을 운용해 작년 말의 아르헨티나 국가 부도 사태에도 불구하고 큰 수익을 올렸다.
또 직접적인 해외금융투자는 투자비용이나 위험관리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뮤추얼 펀드 등 간접투자가 무난할 것 같다. 전망이 좋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의 영업 비중이 큰 국내 기업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또 하나의 우회적인 해외금융투자 방법이라 하겠다.
권구훈 IMF 러시아 상주대표부 부소장